대부업체 200여곳 무더기 제재.. 부작용 논란 불가피

박소정 기자 2021. 1. 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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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부업체 200여곳이 금융감독원의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금융당국이 등록 대부업권에 대한 전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괄 제재를 내린 것은 지난 2016년 대부업체 관리·감독 권한을 지자체로부터 넘겨받은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규모 제재가 대부업 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는 첫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부업체 사이에선 법정 최고 금리 20% 인하 등 악화하는 시장 상황과 맞물려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란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대부업체 208곳에 대한 제재심 결과를 공시했다. 폴라리스대부·투피엠대부·티오비자산관리대부·더하이원크라우드대부 등 4곳은 ‘소재지 불명’을 이유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등록 취소 조처가 내려졌고, 렌딧소셜대부·아나리츠캐피탈 등 60여곳은 ‘대부업자 변경 등록 의무 위반’ 등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 주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최대 수백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한 불법사금융업체의 광고 전단. /조선DB

금융당국의 첫 대부업 일괄 검사·제재

이번 제재는 2019년 이뤄진 대부업체 실태 조사에 따른 후속조치다. 전체 대부업권 검사를 통해 일괄 제재가 내려진 것은 2016년 7월 대부업법 개정에 따라 관리·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징계 사유는 1년에 2번 제출할 의무가 있는 업무 현황 보고서를 누락하거나, 대주주·자본금 현황 등 변경 내용을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는 등 대부분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업주들이 이런 준수 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세세하게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정작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이번 무더기 제재를 보고 협회에 규정 내용과 방법 등을 문의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관 초창기에는 새로 대부업 등록을 받고 운영 방식을 정비하면서 제대로 검사를 하지 못하다가, 한동안은 지도 위주로 관리했었다"며 "이후 2019년도에는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곳들을 선별해 검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대부분 소액의 과태료를 무는 수준에 그친 만큼 100억원 이상 자산 요건을 지닌 등록 대부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재를 계기로 부정적 이미지가 씌인 대부업 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법규를 준수하는 건전한 대부업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1400여곳에 이르는 등록 대부업체들이 스스로 평판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 대부업자들 "불황인데 차라리 사업 접자"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 연 20% 인하 시행을 앞두는 등 시장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업에 더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잘못한 사안에 대해서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업계가 워낙 불황이다 보니 ‘더 영업해서 뭐하겠나’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5조431억원으로 6개월 전인 2019년 말(15조9170억원)보다 5.5% 감소했다.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2016년 말 14조6000억원 ▲2017년 말 16조5000억원 ▲2018년 말 17조3000억원으로 점점 증가했지만, 2019년 말부터는 다시 하락하고 있다.

한때 ‘빅5’로 불렸던 대형 대부업체들이 시장에서 종적을 감출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대부업 시장은 거의 붕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산와머니와 조이크레디트는 각각 2019년 3월 1일, 지난해 1월 1일 자로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현재는 기존 대출채권 회수에만 주력하는 중이다.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웰컴론(웰컴크레디라인대부)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2024년까지 대부업권을 떠나기로 약속했다. 리드코프는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신규 대출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운영 중인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건수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235건으로 집계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집중 단속에 나선 영향도 있겠지만, 불법 사금융 업체가 그만큼 영업을 많이 하고 있단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안과 함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신용 서민에 대한 신용공급을 모범적으로 공급하는 대부업체 등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침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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