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동학대 실태를 잘 모른다"..'정인이' 대책 여기서 시작해야

정혜민 기자 2021. 1.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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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건중 1건 재학대..아동학대 인식 부족에 인력·예산 모두 부족
학대 130% 늘때 예산 16% 증가..전담공무원 없는 지자체 17%나
© News1 DB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잊을만하면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월평균 3.5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으며 아동학대로 한번 신고가 접수된 아동 10명 중 1명은 재학대를 경험하는 실정이다.

'정인'이라는 입양 전 이름으로 알려진 서울 양천구 16개월 입양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나 2013년 울산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모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아동이 가해자인 부모와 분리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재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재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우리 사회와 전문기관의 '인식 부족'을 꼽았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확대,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등 아동학대 현장 조사원 인력 및 전문성 확대, 예산 등 관련 지원 확대가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남인순 의원실에서 발간한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총 42명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3.5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것이다.

'재학대 발생 비율'은 2019년 11.4%로, 2018년 대비 35% 증가했고 2015년 대비 177% 급증했다. 2015년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 접수된 사례 중 2019년 다시 신고접수 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를 집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아동학대 및 재학대 사례가 반복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부족을 꼽았다.

인식 부족이 가해부모의 아동학대부터 아동학대보호기관 시설 부족, 전담공무원 인력 및 전문성 부족, 예산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직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아이는 때려서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아이를 한 번 때려도 처벌하게끔 형법에 관련 조항을 제정해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식 부족으로 인해 경찰과 전문기관 등 아동학대 현장조사원이 아동학대 사례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거나 잘못 판단하게 된다"면서 "인식을 강화해 아동학대 전문가를 육성하고 관련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의원실은 정책자료집을 통해 "(아동학대 문제 대응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아동학대 관련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수는 3만8380건으로 4년 전 대비 130% 증가했지만, 2019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91억99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6% 느는 데 그쳤다. 2020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96억7900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지자체별로 배치되는데 전체 지자체 118곳 중에서 2020년 10월 기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단 1명도 배치되지 않은 곳은 총 20곳으로 16.9%에 달했다.

◇"학대 전담 공무원 조속히 배치해 특사경 권리 부여해야"

남인순 의원실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인원 배치현황은 아동학대 대응 체계 작동에도 편차를 발생시킨다"라면서 "기초지자체에 학대 전담 공무원을 조속히 배치하고 최소 3교대를 위해 충분히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전담공무원이 현장조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경찰과 같은 외부인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조사 업무에 특화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학대전담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의 권리를 부여하면 실효성 있는 조사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동이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피해 진술이 어렵고 가정 내 보호자인 친권자 등이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 입증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부모의 훈육·양육방식의 하나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다 보니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담당 경찰 개인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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