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백신 접종 한 달 남았는데..어떻게 전국에 배포할지도 못 정한 정부

박진우 기자 2021. 1.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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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2월 접종 예정이지만
유통·보관 및 전국 병원 배포 결정 못 해
물류업계, 돈 안 되고 위험부담 커 백신 유통 난색
정부, 구체적인 접종 계획안 조만간 마련할 것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존슨앤존슨, 모더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연합뉴스

최대 5600만명분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백신을 유통·보관하고, 전국 병원에 분배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당장 2월부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접종 한 달여를 두고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영하 20~70℃에서 운송·보관해야 효능이 나타나는 모더나(5월)·화이자(미정) 백신의 경우엔 국내 유통이 더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애써 구한 백신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백신 보관이 가능한 초저온 물류창고는 국내 한 곳뿐이다. 물류업계는 백신 유통이 까다롭다는 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유통·수송 등과 관련한 담당 부서는 지난달 31일 발족한 태스크포스(TF)인 ‘코로나19 위기대응지원본부’의 코로나 치료제·백신 총괄관 산하 품질관리반이다.

품질관리반은 우리 정부가 제약사 등과 백신 공급 계약을 하게 되면 콜드체인 기준 준수 여부, 제조사 출하 과정, 수입시 국내 유통 과정 등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백신 유통 과정에서의 지침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정부는 2월 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를 내고, 본격적인 접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각 병원에 어떻게 백신을 전달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보관·유통이 쉬운 백신임에도 업체 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다. 백신 접종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통 인프라 확충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 계약을 체결하고 도입도 준비됐는데, 유통 및 물류창고 확보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로, 아직 (백신) 허가 전이며, (1차) 물량도 파악해야 하는데, 이 모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루라도 앞당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월 중에 허가 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변수는 있지만 2월 내 백신 허가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3월로 (접종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천 송도의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수탁생산(CMO)할 예정이지만, 국내 도입 물량 전부를 소화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만들어져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과 보관을 맡을 물류업체 선정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유통 회사로는 용마로지스와 일양팜로지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회사 모두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노하우를 갖춘 회사다. 3~8℃ 저온 유통이 필수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충분하게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독감(인플루엔자)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대한 위험 부담은 상당한 편이다. 이 때문에 대형 물류회사들은 선뜻 코로나19 백신을 유통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더나(영하 20℃)와 화이자(영하 70℃) 백신은 초저온 보관·유통이 이뤄져야 효능이 있는데, 아직은 국내 물류 유통 및 보관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일양팜로지스 관계자는 "일양그룹 차원에서 정부와 유통 관련해 논의가 오간 것은 맞다"면서도 "일반 배송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엔 초저온 유통을 해야 하는 특수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의약품 배송 유통을 구축해 왔으나, 소량 규모로 구축돼 있다"면서 "대량으로 할 경우 특수차량 도입 등 그룹 차원에 대한 투자 등이 검토돼야 하는데, 얼마 전 논의는 있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준비 중인 화물차.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백신에 대한 저온 및 초저온 보관이 한꺼번에 가능한 창고는 한국초저온의 평택 물류센터가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초저온이 국내 대형 물류회사 측에 백신 유통을 제안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보관료를 불러 물류회사들이 난색을 보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3.3㎡당 7만~8만원인 일반적인 냉장 보관료보다 수십 배 비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해도, 백신 유통으로 남는 게 없다면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소문에는 (한국초저온 측이) 264.4㎡(80평) 1년 계약에 50억원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3.3㎡당 500만원이다. 사실이라면 물류회사로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금액이다"라고 했다.

용마로지스·한국초저온 등과 백신 유통 모의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SDS의 경우 백신 직접 유통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의실험은 삼성SDS가 보유한 IT 물류관리 시스템(첼로)이 백신 유통에 적합한지를 테스트해 보는 것에 불과했다"며 "직접 유통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이나 현대글로비스 등도 백신 유통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이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존 독감 백신 공급망을 믿고 안이하게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은 확산 방지를 위해 접종 결정 이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도입 물량이나 접종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물류·유통망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건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위한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화물기가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백신 특성을 고려한 유통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뿐 아니라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마다 적정 보관 온도가 다 다르다"며 "앞서 지난 독감 백신 유통 중에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조기에 제대로 준비하고 교육하지 않으면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 백신이 수입돼, 운반할 때도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변질은 없는지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오는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청) 산하의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도 출범할 계획이다. 또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가동,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와 기간, 접종 간격, 이상반응 관리 체계 등 세부적인 접종계획안을 마련키로 했다. 구체적 방안은 이달 안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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