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美 신생매체, 미디어 근본에 대한 질문 던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2021. 1. 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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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실만' 선언한 펀치볼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최근 미국 정가에서 관심의 초점이 된 인물이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다. 맥코넬은 바이든 당선으로 끝난 지난 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마지막까지 승복하지 않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엔 코로나19 지원금을 2천 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캐시법안의 표결을 거부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선 부정’ 조사에 합의해야만 재난 지원금 상향 법안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미디어는 이런 인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유권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정당 활동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악당인걸까?

펀치볼의 세 창업자. 존 브레나한, 제이크 셔먼, 그리고 안나 팔머. (사진=펀치볼)

막 출범한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펀치볼(Punchbowl)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섣불리 비난하거나 반역자란 낙인을 찍는 대신 정확한 사실을 전해주겠다”고 선언한다.

펀치볼은 뉴스레터 기반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다. 지난 3일(현지시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자는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출신 3인방인 제이크 셔먼, 안나 팔머, 그리고 존 브레스나한이다.

이들은 ‘폴리티코 프로’와 함께 폴리티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던 뉴스레터 ‘플레이북’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악마란 비난 대신 왜 그런 행동하는 지 설명해주는 게 더 중요"

이들은 플레이북을 통해 인기와 매출을 동시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왜 폴리티코를 떠나 새로운 매체를 만들게 됐을까? 데일리비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폴리티코 내에서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4년 전 폴리티코를 떠나 악시오스를 창업했던 짐 반더헤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상황은 그렇지만 명분은 조금 다르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미디어 시장이 ‘격한 비판’이나 ‘열정적 지지’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냉정한 사실 보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미치 맥코넬 얘기로 돌아가보자.

창업자인 셔먼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맥코넬이 악마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미치 맥코넬을 욕하는 글을 읽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미치 맥코넬이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는 ‘정치’가 벌어지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다. 그곳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전해주는 게 미디어의 임무다. 그게 셔먼을 비롯한 펀치보울 창업자들의 생각이다.

펀치볼이란 정치전문 뉴스 서비스가 새롭게 출범했다.

다시 맥코넬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 얘기로 돌아가보자.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지금 대선 불복(혹은 부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또 다른 펀치볼 창업자인 존 브래스나한은 “어떤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란 딱지를 붙이고,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칭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이 사람은 지금 왜 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설명이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거나, 민감한 보도는 피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섣부른 평가를 하거나, 직접 경기장에 뛰어들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주고 받는 존재가 되진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했던 지난 4년은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시기였다. 대통령이 툭하면 언론들에 대해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등 진보 쪽에 가까운 매체들이 주 공격대상이 됐다.

그러다보니 이 매체들 역시 강한 비판 논조를 유지했다. 물론 근거 없는 비판이나 선동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 경기장에 직접 뛰어들어 목청을 높인 측면도 있다. 미디어 칼럼니스트인 벤 스미스는 뉴욕타임스 기고 글에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은 트럼프가 연출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였다”고 평가했다.

이 대목에서 펀치볼 창업자들은 기존 매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펀치볼은 어쩔 수 없이 4년 전 출범한 악시오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두 매체 모두 폴리티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4년만에 또 탄생한 폴리티코의 아이들, 이번엔 어떤 성과낼까 

4년 전 반더헤이가 ‘클릭수 경쟁에 미친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경종을 울리면서 악시오스를 출범시켰다. 당시 그는 싸고 질 낮은 콘텐츠가 마구 쏟아져나오는 상황은 ‘디지털 미디어 똥구덩이’라고 꼬집었다. 광고 매출을 노린 관행은 장기 존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금은 뻔한 얘기지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에 좀 더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물이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악시오스다.

악시오스를 이끌고 있는 폴리티코 출신 3인방. 왼쪽부터 짐 반더하이, 마이크 앨런, 로이 슈워츠. (사진=악시오스)

반면 셔먼 등은 ‘정파적 언론’에 반기를 들었다. 어설픈 비판이 아니라 ‘사실을 정확하게 전해주는 뉴스’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계적 객관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펀치볼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달아오른 미디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새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막 출범한 소규모 신생 매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조금은 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장점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실험과 혁신 정신이다. 설사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 지라도, 그런 도전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쳐줄 가치가 있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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