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속세율 인하 카드 '만지작'..이재용 '승계 길' 터주나

김경민 2021. 1. 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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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상속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재계는 세율 인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상속세가 민간 투자와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시켜 국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가 12兆 상속세 해결되나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6일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지난 정기 국회에서 상속세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 요청돼 올해 연구용역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상속세 인하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임 실장은 "상속세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우리 사회의 현재 소득분배 수준이과 자산불평등을 감안할 때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등 상속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면서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상속세로 인한 경영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렸던 대기업들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세율 인하가 현실화하면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승계가 진행 중인 대기업 대부분이 상속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분 상속세는 역대 유례가 없는 약 11조400억원으로 확정됐다. 부동산까지 합하면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유족들은 올 4월까지 상속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현재 역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사람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 7200억원 규모였다. 천문학적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구 회장은 2018년 상속 결정 시 6분의 1을 내고, 5년간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까지 절반인 3600억원가량을 납부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떠난 자리에도 수천억대의 상속세가 남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상속세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역시 현금 부족으로 연부연납제도 활용은 물론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손발 묶어 국가성장에 부정적
이렇듯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상속세에 휘청이면서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봐도 과도하며 무엇보다 기업의 계속성에 치명적이란 것이 경제계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일본(55%)과 우리나라만 50% 이상이다. 미국(40%), 영국(40%)보다도 높다.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 지분 할증률을 더하면 실제 이 부회장 등 유족에게 적용되는 상속세율은 60%가 넘는다.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상속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소득세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상속세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민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상속세 완화는 국제적인 추세"라며 "단기적으로 미국처럼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조세정의 관점에서 소득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상속세도 슈퍼여당 손에
상속세 인하의 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인하에 부정적인 데다 향후 정부의 확대재정 정책에도 적잖은 세수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청와대에 '상속세를 없애달라' 청원 등 국민 여론이 모이고 경기 활성화, 선거철 민심 등에 따라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당정의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이 얼마나 상속세를 줄일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이 부회장은 배당, 주식 매각, 대출 등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최선의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경우 세법 개정 시점에 절반 이상 납입한 상속세분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가 관심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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