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없이 4천만원 해드려요"..연초부터 폭발한 신용대출

장순원 2021. 1. 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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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현던 대출수요 한꺼번에 몰려..이틀새 3400억 대출
한달 2조원 한도인데, 이틀만에 17% 소진
은행권 대출영업 확대..외국계 중심 공격 마케팅
금감원 예의주시..과열 지속되면 속도조절 예고
사진=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김유성 기자]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4000만원까지 심사 없이 신용대출이 됩니다. 금리도 4%대 초반에 불과합니다. 당장 돈 필요한 일 없어도 일단 1000만원이라도 받아두시면 좋아요. 작년 연말 상황 보셨잖아요. 대출이 언제 또 끊길지 모릅니다.”

꽉 막혔던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연초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연말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다. 일부 은행은 이 틈을 타 신용대출 영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 언제든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대출문 열자 수요 폭발‥이틀 만에 한도 17% 소진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이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취급한 신용대출은 약 340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이 전체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2조원 안팎에서 관리하는 상황에서, 불과 이틀만에 전체의 17%를 소진한 것이다.

통상 1월은 신용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달이다. 연말 성과급을 받는 가계가 많아 신용대출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부터 폭발적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몰렸다.

은행권은 작년 연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아예 신용대출을 틀어막았다. 자칫 금융당국의 타깃이 될 수 있어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작년 12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443억원 줄었다. 새해 들어 은행권이 신용대출을 재개하자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신용대출 증가속도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생활비를 비롯한 자금 수요도 많다”며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서는 등 주식과 주택시장의 빚투(대출을 받아 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신용대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이런 신용대출 수요를 흡수하려 영업을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다. 가계대출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지난 4일부터 일부 상향 조정했다. 고소득자인 의사·변호사 대상 신용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라갔다. 일반인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 Star 신용대출’ 최대한도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가 다시 2억원으로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4일부터는 영업점에서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부터 중단했던 온라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을 7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하나 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공격적 영업‥금융당국 예의주시

외국계를 포함한 일부 은행은 대출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중은행이 당국 규제에 주춤하는 사이 대출 수요를 흡수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외국계 은행은 5대 시중은행과 견줘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덜 보는 편이다.

주거래고객을 중심으로 ‘무심사 신용대출’이나 높은 승인 한도를 내걸며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개입하면 언제든 대출이 끊길 수 있으니 미리 받아두라는 식의 ‘절판마케팅’ 행태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권의 대출 행태를 지켜만 보고 있다. 작년 말처럼 과도하게 대출을 규제했다가 서민 등의 돈줄이 끊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연말 밝혔던 총량규제 방침 속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에서 올해 대출 목표치를 받아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경제나 시장 상황이나 다른 은행과 견줘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작년 약속한 대출목표치를 어긴 은행을 중심으로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출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거나 담보력이 높은 쪽으로 흐르게 돼 있다”면서 “대출 규제탓에 서민이나 자영업자의 돈줄이 막힌다는 비판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오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올 한해도 대출이 과열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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