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아이들 피를 먹고 자라는 '아동복지법' / 김은형

김은형 2021. 1. 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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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4월 한 방송 프로그램이 나라 전체를 들끓게 했다.

2013년 양모가 여덟살짜리 딸을 온갖 학대 끝에 장 파열로 죽게 하고 열두살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 소풍 가고 싶어 했던 초등 2학년 딸을 주먹과 발길질로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부러진 뼈에 장기가 찔려 피하출혈로 죽음에 이르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이 두달 사이로 벌어진 뒤 201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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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1998년 4월 한 방송 프로그램이 나라 전체를 들끓게 했다. <추적! 사건과 사람들>(SBS)은 이웃의 제보로 경기도 한 주택가에서 처참한 몰골의 다섯살 영훈이를 발견했다. 다리미로 지진 흉터가 시뻘건 등과 쇠젓가락에 찔려 여기저기 구멍이 나 퉁퉁 부은 발, 그리고 2주가량 굶은 것으로 추정되는 극도의 영양결핍 상태였다. 겨울부터 안 보였다는 일곱살 누나는 집 앞마당에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친부와 양모에 의해 벌어진 ‘영훈이 남매 학대 사건’은 당시까지 개념조차 희미하던 ‘아동학대’의 실상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20년 만에 전면 개정되면서 비로소 아동학대의 개념이 법적으로 정립됐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와 학대아동 분리 보호 등을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의 법적 근거 등도 이때 마련됐다.

2013년 양모가 여덟살짜리 딸을 온갖 학대 끝에 장 파열로 죽게 하고 열두살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 소풍 가고 싶어 했던 초등 2학년 딸을 주먹과 발길질로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부러진 뼈에 장기가 찔려 피하출혈로 죽음에 이르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이 두달 사이로 벌어진 뒤 201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마련됐다. 경찰이 학대 현장에서 아동을 응급 분리·보호 조처할 수 있고, 법원은 장기간 보호와 부모의 친권 정지 등 더 강력한 조처인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이뤄졌다. 아동학대 사망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살인죄 적용이 이때부터 가능해졌다.

두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분노가 뜨거운 지금, 여야는 학대아동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학대치사 법정형을 높이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을 이번주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아동정책은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죽어나가야 비로소 책임 있는 어른들이 아동의 안전과 복지에 관심을 돌린다는 슬픈 뜻일 터다. 지금의 입법 움직임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학대아동의 분리·보호 정책이 세워졌지만 아직도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84%(2019년 기준)가 정인이처럼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어른이 잊지 말아야 한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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