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뭐길래..인적 끊긴 골프장의 슬픈 사연
[스포츠경향]
한국 골프장들은 엄청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린피, 캐디피를 마음대로 올려도 골퍼들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는다. 골프장들이 ‘코로나 해방구’인 것은 미국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워싱턴주 포인트 로버츠에 있는 볼드 이글 골프클럽은 이런 특수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특수는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다.
6일 골프닷컴에 따르면 이 골프장은 최근 9개월 동안 골퍼들의 발걸음이 끊기며 적막만 감도는 유령 코스로 변했다. 직원들은 일시 해고됐고, 클럽하우스는 잠겨 있다. 깃대와 티 마커는 창고에 보관돼 있다. 가끔 잡초를 뽑으러 나오는 몇몇 자원봉사자들 말고는 흰머리 독수리만 코스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볼드 이글은 태평양 북서부에서 가장 훌륭한 코스들 중 하나로 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삼림 보호구역과 연못, 습지와 접해 있어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볼드 이글은 2003년 골프 다이제스트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좋은 10대 새로운 코스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골프장이 좋아도 이 골프장에 갈 수 없다. 이 골프장이 있는 포인트 로버츠의 독특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 남쪽에 있는 트와센 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포인트 로버츠는 미국령이지만 캐나다 영토를 거치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 지리학자들이 ‘준 월경지(pene-enclave)’라고 부르는 곳이다. 평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교통 속도 표지판은 미국 마일로 되어 있었고, 휘발유 가격은 캐나다 달러로 표기되는 등 캐나다와 미국 문화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도시였다. 코로나19는 타노스의 핑거스냅처럼 이 도시의 활력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 도시로 오는 길이 막혀버렸다. 포인트 로버츠는 졸지에 유령도시로 변했다. 고객의 99%가 밴쿠버에서 오는 캐나다인이었던 볼드 이글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포인트 로버츠에선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코로나 청정지역인데도 코로나 직격탄을 된통 맞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국경 봉쇄는 6월 말이나 돼야 풀릴 예정이다. 이 골프장의 지배인인 릭 훌은 “동료들, 동지애, 사람들이 뿜어내던 에너지가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 “아, 물론 미풍에 펄럭이는 깃발도 보고 싶지요.”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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