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특별인터뷰 <4>배경훈 LG AI연구원장
새해 재계 가장 큰 경영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다. 향후 10년간 모든 기업의 성패가 디지털 전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을 점찍었다. 후속 조치로 LG그룹은 지난해 말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LG AI 연구원을 설립했다. 16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이 AI 조직을 만든 건 LG가 처음이다. LG AI연구원은 LG그룹의 디지털 전환 핵심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신년을 맞아 배경훈 초대 AI연구원장에게 LG AI의 미래와 비전을 자세히 들어봤다.
-LG AI연구원 출범 계기와 목표는 무엇인가.
▲LG가 AI연구원을 설립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우수한 AI 인재를 확보, 양성하기 위해서다. 결국 AI도 사람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인재 확보 전쟁'이라고 할 만큼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렵다. 최고 전문기관과 함께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각 계열사와 다양한 응용 연구가 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두 번째는 최신 AI 기술 확보다. 지금까지 LG가 진행해 온 AI 연구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AI를 일부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선행 연구를 통한 최신 AI 기술 확보가 필수다. 각 계열사는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AI 개발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선행 연구를 통한 최신 AI 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최신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강화하고 이를 사업적 영향력이 큰 난제 해결과 같은 응용 연구로 연결해서 LG의 AI 역량을 높이려고 한다.
세 번째는 그룹 차원의 AI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연구에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필수다.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컴퓨팅 자원은 고성능화 되고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비용 이슈와도 직결돼 있다. 모든 계열사에서 이런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자원 효율화 측면에서 그룹 차원의 AI 개발 환경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했다.
-LG AI연구원에선 어떤 업무를 수행하나.
▲LG AI연구원은 최신 AI 기술 확보, 계열사 공통 과제 수행, 난제 해결, 인재 확보와 양성, 그룹 AI 개발 인프라 구축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최신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토론토대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도 최신 딥러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연속학습(Continual Learning),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등은 상용화 가능 수준의 기술을 확보,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다.
공통과제, 난제 해결 측면에서는 그룹의 공통 AI 역량 강화 차원에서 비전 검사, 챗봇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난제 해결은 최소 100억원 이상 사업적 가치를 지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배터리 수명 예측, 특허 문헌 분석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밖에도 LG AI연구원은 여러 계열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AI 허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AI 고급 문제 해결 과정 등에서 만든 결과물을 AI 허브에 공유해서 비슷한 문제를 가진 다른 계열사들이 참고하게 하고 있다.
-LG AI 연구원 조직 규모와 앞으로 확대 가능성은.
▲LG AI연구원은 현재 60여명 연구 인력으로 구성됐다. 내년까지 AI 분야의 중량급 우수 인재를 영입,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 주도로 계열사 사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2023년까지 그룹 내 1000명 AI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다.
-AI는 핵심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 LG에서 AI전문 인력 확보 현황과 처우는 어떠한가.
▲LG도 다른 글로벌 기업처럼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인사(HR) 체계에선 기존 연공서열 연차를 아예 없앴다. 대신 AI 역량만으로 구성원을 평가, 역량 중심으로 보상을 할 예정이다. 역량이 뛰어난 인재는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구성원도 임원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LG AI연구원의 인재 영입 핵심 경쟁력은, 전 계열사의 다양한 문제와 데이터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AI기술 자체는 발전하고 있지만, AI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민한다.
LG는 현재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들이 AI로 현업 문제를 풀고자 한다. 수준 높은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가 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LG그룹이 추구하는 AI 전략과 방향성은 무엇인가.
▲LG가 가전, 배터리 분야에서 1등을 했듯 AI에서도 적어도 1~2개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했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 최고 학회에 논문을 발표해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AI 기술을 사업에 적용해 고객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제조가 강한 LG에는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AI 분야와 소재(Material) AI 분야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미 LG는 엔터프라이즈 분야 스마트팩토리, 배터리 등에서 최신 AI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신약과 배터리 양극재 후보물질 발굴 등 소재 분야에서도 최신 AI 기술을 적용, 기존 역량을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LG AI연구원이 추가로 집중할 분야는 고객 가치에 기반한 제품(Product) AI 분야다. 큐레이션 개인화 추천 등 기술로 고객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AI 기술이 가장 활용이 가장 활발한 계열사는 어디인가.
▲그동안 LG는 가전 중심으로 AI 기술을 접목해왔다. 최근 LG화학 배터리, 신약 등은 난제들을 해결해 왔다. 앞으로도 가전, 배터리, 신약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이 더욱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통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가치에 기반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AI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스마트팩토리 비전 검사 등 AI 활용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LG는 모든 계열사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는 기업이 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의 데이터 체계 수립을 하고 AI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연구원 주도로 준비 중인 AI 챗봇을 LG CNS를 통해 모든 계열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다른 기업들 AI 연구조직과 LG AI연구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LG는 전자, 화학, 통신, 배터리, 신약, 생명과학 등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계열사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와 데이터를 접하면서 현실 문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가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LG AI연구원이 유일하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LG AI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종합 AI연구소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려고 한다. LG가 디지털 전환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세계 유일의 그룹 차원 AI 연구조직인만큼 우리가 가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우리 행보를 주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AI연구와 사업화 수준을 진단한다면.
▲우리나라는 일부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를 만들고 있다. AI 스피커, 지능형CCTV, 로봇 등 제한된 영역에서 AI연구가 이뤄져왔다.
음성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은 앞으로 기초연구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현재 AI는 도구화 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수준의 AI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또 AI 사이언티스트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와 좋은 문제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한데, 좋은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현장 지식과 AI를 동시에 이해하는 AI 컨설턴트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AI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AI 자체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우리나라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AI 기술 발전은 우리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 되면, 기계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특이점 도달 시점이 훨씬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론 머스크가 2017년 AI는 인간 문명의 근본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오픈(Open) AI를 설립하고 2020년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언어 모델로 평가 받는 GPT-3를 선보였다. 이제 AI는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발전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AI의 윤리적 문제가 중요하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무조건 AI를 활용해 효율 측면만 강조해왔다. 앞으로는 AI를 도입하기 전 윤리적 문제점도 고려해야한다. 데이터를 정제하고 사업 목적에 맞게 올바른 문제 정의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광운대 전자공학 학·석·박사, 미국 컬럼비아서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 최고 프로젝트경영과정, MIT 슬론 경영대학원 등에서도 공부했다. 배 원장은 SK텔레콤, LG유플러스 AI플랫폼 담당, LG사이언스파크 AI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20년 12월 초대 LG AI연구원장에 취임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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