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20대 국회 4년 입양특례법 논의 단 '109'초

김상준 기자 2021. 1. 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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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 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입양 전반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4년 동안 논의된 시간은 단 109초에 불과했다.

사안에 대해 여야간 의견 차이가 극명한데도 논의가 전무한 수준이다. 입양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국회가 본연의 역할인 '사회 갈등 조율 기능'을 사실상 방기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뉴스1
20대 국회, 입양 특례법 총 3건 발의…여야 입장 차이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입양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입양 특례법)은 총 3건 발의됐다.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6년 처음으로 발의했고, 2018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어서 발의했다.

현행법상 입양 전반에 대한 사항은 민간 기관이 주도한다. 국가의 역할은 '간접적'이다.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는 재산 수준, 범죄 경력 유무 등 서류를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는다. 하지만 예비 양부모의 입양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심리검사, 가정조사 등 '질적 평가'는 민간 기관이 시행한다. 사후 관리도 민간 기관 몫이다.

여야는 입양 절차에 대해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선 의견이 명확히 갈렸다. 여당은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해 민간 기관이 전담하고 있는 입양 절차 대부분을 공공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국가가 개입하면 입양 감소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민간이 진행하되 공공의 보완을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입양 신청부터 예비 양부모에 대한 검증, 양부모 가정과 아동의 결연, 사후 관리 등 입양 전반 과정을 직접 공공이 담당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판단하고, 보건복지부가 양부모에 대한 심사와 결연을 결정하도록 했다.

미래통합당 측에서 발의한 '김승희 안'과 '김세연 안'은 민간 기관의 업무에 공공의 개입을 추가한다는 취지다. 지자체가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판단한다는 점은 같지만, 복지부의 양부모에 대한 검증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준으로 했다. 민간 기관이 기존 업무를 지속하되 매년 수행 내용을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논의는 4년간 '109초'
입장차가 명확한데도 국회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각 법안이 안건에 포함된 전체회의를 1회씩 총 3회 열었지만 실제 논의 시간은 109초에 불과했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법안도 없어, 3개 법안 모두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과 영상 회의록에 따르면 김승희 안은 2016년 10월 31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48초 논의됐다. 김 전 의원은 정부가 국제입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내입양에 대해서도 공공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남인순 안은 2019년 3월 18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61초 논의됐다. 남 의원은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법안은 입양 과정에 대한 공적 개입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장관은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입양 관련 공적 개입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세연 안'은 논의된 적이 없다. 2019년 11월 14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않았다. 애초 이날 전체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오후 3시56분에 종료됐다. 약 2시간 동안 심사해야 하는 상정 법안은 총 169건이었다. 당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으로, 여야는 의사일정 합의조차 난항을 겪고 있었다.

3개 법안 모두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통상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관의 검토 보고를 듣고, 토론을 진행한다. 이후 법안이 소위로 넘어가면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의 구체적 논의를 진행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법안 모두 소위에 상정된 바 없다.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양모 장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학대를 당했으며, 등 쪽에 강한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화장한 유골을 화초 주변에 묻는 화초장 방식으로 안치됐다/사진=뉴스1

첨예한 의견 대립에 입 다무는 의원들
20대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입양 특례법을 두고 여야 사이 의견이 갈려 복지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해관계가 명확히 갈리는 사안이라 의원들이 사리는 경향이 있었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입양 가족들은 입양 특례법이 입양 가족에게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입양 특례법이 본격 논의된 시점은 2016년 대구와 포천에서 입양 아동 2명이 학대로 사망한 이후였다. 입양 가족들은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효과를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남 의원이 법안 발의 전 토론회를 개최하자 일부 입양 가족들은 즉각 단체를 조직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입양 부모 단체는 "입양 특례법은 입양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불러올 것"이라며 "입양가정의 학대비율이 한부모 가정, 두부모 가정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입양과 학대를 연결해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함으로써 입양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민간 입양 기관도 격렬히 반대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등 기관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 의원의 입양 특례법 개정안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아동을 위한 법이라면서 아동이 가정에서 양육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면 그 법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의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입양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대통령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입양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나온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말씀을 입양 엄마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선한 문장 속에 입양 규제 일변도인 전체주의 국가의 포고문을 직면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이렇게 입양을 고사시키려는 반입양 세력의 손을 번쩍 치켜들 줄은 몰랐다. 이 땅에서 입양이 사라지게 하고 싶느냐"고 했다.

입양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대립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 지원 강화'를 띄운 만큼 여야 간 대립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 의원실 측은 이날 더300에 입양 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에선 활발한 논의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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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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