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의 분데스리가] 축구가 즐겁다는 31세 뮐러, 여전히 대체불가다

정재은 2021. 1. 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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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정재은 기자=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일주일 중 가장 반가운 요일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마늘은 지구상 최고의 향신료다. 모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사실들이다.

축구에도 그런 ‘진리’에 가까운 존재가 많다. 이를테면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뮐러(31)다. 뮐러가 바이에른에서 뛴 지 10년이 넘었는데,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바이에른에서 뮐러의 존재감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난해 뮐러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니코 코바치 전 감독 체제에서 뮐러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다섯 경기 연속 벤치에서 출발하며 출전 시간이 턱없이 적어졌다. 분데스리가 5라운드 쾰른전에선 19분, 6라운드에선 10분을 뛰었다. UCL 1차전에선 7분을 소화했다. 바이에른이 토트넘에 4-0 대승을 거둔 2차전에선 단 1분도 주어지지 않았다. 토트넘전 나흘 후 열린 7라운드 호펜하임전. 한 경기 쉬어 선발 출전이 예상됐으나 그는 또 벤치에 앉았다.

뮐러의 입지가 흔들리며 바이에른의 경기력도 동시에 흔들렸다. 결국 프랑크푸르트전 1-5 대패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코바치 감독이 물러났고 한스-디터 플리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플리크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뮐러를 제 자리에 세우기였다. 뮐러는 플리크 체제에서 다시 선발 기회를 받으며 귀신같이 살아났다. 22라운드 쾰른전에선 경기 시작 5분 만에 어시스트 두 개를 올리며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 시간 기록을 썼다. 뿐만 아니다. 해당 시즌에 도움 21개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재계약 생각이 없던 그는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했고, 플리크 체제에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 뮐러의 활약과 더불어 바이에른은 2012-13시즌 이후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런 뮐러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체자다. 바이에른은 2, 3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측면과 중원, 수비 라인에 어리고 젊은 선수로 가득해졌다. 심지어 마누엘 노이어(34)를 대체할 자원 알렉산더 뉘벨(24)도 있다. 세대교체를 바쁘게 진행하는 와중 바이에른은 뮐러를 대체할 자원을 아직 찾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여전히 뮐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뮐러는 올 시즌 리그 14경기서 세 경기를 제외하고 전부 풀타임을 뛰었다. 물론 전 경기 선발이다. 필드 플레이어 중 출전 시간이 가장 높다. 총 1229분을 뛰었다. 그보다 높은 출전 시간을 기록한 동료는 1260분을 소화한 골키퍼 노이어뿐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뮐러는 경기당 키패스 3회를 자랑한다. 팀 내 가장 높은 횟수다. 롱패스는 경기당 1.4회로 공격 멤버 중 가장 많다. 그보다 많은 롱볼 패스를 구사하는 건 제롬 보아텡(32), 다비드 알라바(28) 등 수비진이다. 그만큼 뮐러가 중원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며 높은 활동량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부상 선수가 자주 발생해 스쿼드에 변화를 줘도 뮐러의 자리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슈팅 횟수, 패스 정확도, 공중볼 다툼 부분에서도 팀 평균 이상을 자랑한다.

그의 국가대표 복귀설이 흘러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독일 스포츠 전문 매거진 <키커>를 통해 바스티안 슈타인슈타이거는 “내가 독일 국가대표 감독이면 뮐러를 소집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울리 회네스 전 바이에른 감독 역시 “뮐러는 뢰브 감독이 뽑지 않으면 안 될 선수”라며 뮐러의 국가대표 복귀에 힘을 실었다. 독일축구협회(DFB)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에 뮐러는 “토론은 자유다”라고 하면서 “나는 지금 우리가 1위를 유지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계속 뛸 수 있도록 집중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라고 말하며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에른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뮐러에게 지금 뢰브의 생각을 살필 시간은 없다.

바이에른에서 마이스터샬레(Meisterschale)를 9회 들어 올리고, 포칼 6회 우승을 기록하고, 빅이어도 두 번이나 잡았다. 2014년에는 월드컵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커리어만 보면 전성시대를 이미 다 보낸 것 같은데, 여전히 진행 중이다. 뮐러와 함께 바이에른은 올 시즌도 리그 1위에 있고, UCL 16강에 가볍게 진출했다. 리그 14경기에서 벌써 6골 8도움을 기록했다. “요즘 축구하는 게 너무 즐겁다”라고 뮐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즐기는 뮐러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최소한 2023년까지 그는 바이에른에서 실컷 즐길 예정이다. 2년 후 서른셋이 될 뮐러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내키지 않겠지만 바이에른은 슬슬 뮐러의 뒤를 이을 자원을 물색해야 한다. 어쩌면 세대교체 과정 중 가장 어려운 포지션일 것이다.

사진=Getty Images, 바이에른 뮌헨,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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