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 치료제' 개발 나선 6개社..녹십자·종근당 '속도전', 대웅 '다품종 전략'

김윤수 기자 2021. 1. 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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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코로나 경증 대상 항체치료제만으로 게임체인저 못 돼"
녹십자·종근당·SK케미칼·대웅·엔지켐·이뮨메드, 중증 대상 임상
녹십자·종근당, 1분기 사용 허가 신청…대웅, 약물 3종 준비 중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셀트리온 제공

GC녹십자·종근당(185750)·대웅제약(069620)등 국내 제약·바이오 6개 기업이 총 8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용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1호 치료제로 유력한 셀트리온(068270)의 항체치료제(렉키로나주)는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에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제약사 일라이릴리 등의) 항체치료제가 중증 개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항체치료제 같은 어느 한 가지 약제가 코로나19 상황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감염 초기에는 항체치료제처럼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를 보이겠지만, 감염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반응이나 신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사이토카인 폭풍)으로 폐렴 등의 중증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항체치료제를 보완할 다른 약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 12곳 중 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SK케미칼(285130)·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뮨메드 등 6곳이 중증 환자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혈장치료제의 혈장 분획과정을 지켜보는 연구원의 모습. /GC녹십자 제공

향후 시판 일정 기준, 진행이 가장 빠른 업체는 녹십자와 종근당이다. 이 업체들은 올해 1분기 내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조건부 허가는 약물 임상 3상 전 2상까지의 결과만으로 식약처가 시판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식약처가 조건부 허가를 승인할 경우 사실상 국내 시판이 시작되는 셈이다. 업계는 지난달 29일 셀트리온이 조건부 허가 신청한 항체치료제가 이르면 한 달 후인 이달 말 승인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십자는 이날 "지난달 31일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혈장치료제의 국내 2상 실험이 종료됐다"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 등 고체성분을 분리하고 남은 액체) 속 ‘면역글로블린’이라는 중화항체를 추출해 만든 약이다. 중화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과 결합해 감염력과 독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혈장치료제는 위급한 환자에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임상을 거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통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중 가장 많은 30건이 사용됐다. 업체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70대 중증 환자가 이 약물을 투여받고 완치된 사례가 있었다.

종근당의 나파벨탄./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국내외 여러 나라에서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러시아 2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의 나파모스타트 제제 후탄도 지난해 4월부터 경상대병원 등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용 식약처 특례허가를 위한 연구자 임상을 진행 중이다.

나파모스타트는 렘데시비르보다 높은 항바이러스 효능, 염증반응을 줄이는 효과, 혈액응고 억제 효과 등이 보고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폐렴 등 중증 증상과 혈액 순환을 방해해 사망 위험을 높이는 혈전(피덩어리)이 생기는 걸 이 약물이 막아준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중증 치료제 3종의 국내외 임상을 동시에 진행, 최종적인 시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품종 전략을 세웠다. 업체는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과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함께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지난달 31일 국내 3상에 들어갔다. 이미 다른 질환 치료제로 시판된 약물의 경우 1·2상을 건너뛰고 바로 3상에 들어갈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 임상 기준으로는 중증 치료제 중 진행단계가 가장 앞서고 있다.

카모스타트는 나파모스타트처럼 국내외 연구소를 통해 렘데시비르보다 항바이러스 효능이 우수하다고 보고된 약물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 약물에 렘데시비르를 병용하면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방해해,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는 걸 막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그외 중증 증상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받는 약물 니클로사마이드와 줄기세포 치료제(DWP710)를 각각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에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국내 임상에도 들어갈 줄기세포 치료제는 특히 젊은 층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제약 외 강스템바이오텍·이뮨메드·잼백스앤카앨·SCM생명과학·파미셀 등도 따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자사의 줄기세포 치료제들을 일부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속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해 몸속 장기들까지 공격하는 현상이다.

엔지켐과 이뮨메드도 각각 국내 2상을 진행 중이다. 엔지켐의 면역조절제는 항바이러스 작용과 함께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역시스템을 조절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감과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되던 이뮨메드의 약물 ‘HzVSF-v13’도 항바이러스·항염증 효능이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작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게재된 바 있다.

앞으로의 중증 치료제 임상은 환자 모집 상황에 따라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거나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총 411명이다. 임상 1회당 수십명 또는 100명 이상의 환자가 필요한 만큼 여러 건의 임상이 모집인원을 모두 채우는 데는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SK케미칼의 후탄 임상을 실시하고 있는 뉴지랩의 임재석 부사장은 "원래 중증 환자 100명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모집이 힘들어 50명으로 낮추는 방안을 (임상을 지원하고 있는) 과기정통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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