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회생절차종결 후 미신고채권의 구제방법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인 A회사는 오랜 기간 대기업 1차 협력업체인 B회사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B회사는 대금지급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20년 초에는 회수하지 못한 부품대금이 10억원에 이르렀다. A회사 사장은 2020년 10월에서야 B회사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고 이미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된 사실을 알게 됐다. 더 기가 막힌 건 A회사가 B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물품대금채권 중 6억원 정도는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발생한 채권으로 회생채권이고, 이미 채권신고기간이 지났음을 알게 된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B회사의 관리인(기존 B회사의 사장)은 회생채권자목록에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을 기재하지 않았다. A회사는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신고를 하려 했지만 이미 회생계획이 인가돼 법원의 조기종결 방침에 따라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이 경우, A회사의 채권은 실권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가.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회생채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신고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채권자가 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기간을 정한다. 채권자는 법원이 정한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해야 하며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해당 채권은 실권될 수 있다. 물론 관리인이 해당 채권을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면 실권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툼이 있는 채권이라면 관리인이 해당 채권을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채권자가 존재하는 기업회생의 성격상 관리인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회생채권자목록에 일부 채권자를 누락할 수 있다. 특히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게 되면 이러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회생채권자목록에도 기재돼 있지 않고 채권자가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해당 채권은 실권될 수 있다.
회생절차가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라면 추후 보완신고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추후 보완신고란 채권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채권신고기간을 도과한 경우 사후적으로 채권신고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례의 경우 B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A회사가 알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추후 보완신고를 통해 A회사의 채권은 구제받을 수 있다.
회생절차가 종결됐다면 어떤가.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채권자는 법원에 추후 보완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은 전부 실권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일까. A회사가 B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채권신고를 못했는데도 모든 책임을 A회사에 떠넘기는 것이 타당한가. 대법원은 회생절차가 종결됐더라도 일정한 경우 채권신고를 하지 않은 채권의 실권을 부정하고 있다.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가 회생절차개시사실 및 회생채권 등의 신고기간 등에 관해 개별 통지를 받지 못하는 등으로 회생절차에 관해 알지 못함으로써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날 때까지 채권신고를 하지 못하고, 관리인이 그 회생채권의 존재 또는 그러한 회생채권이 주장되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회생계획이 인가되더라도 그 회생채권은 실권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회생절차가 종결됐다면 채권자는 상대방에 이행소송 등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사례에서 A회사는 회생절차개시사실이나 채권신고기간 등에 관해 개별 통보받은 바 없고, B회사의 관리인은 A회사와의 오랜 거래관계나 거래 규모로 봐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이 존재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은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하더라도 실권되지 않는다. 따라서 A회사는 B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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