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방역'대전청소년한마당,코로나 이기는 학교체육의 희망을 봤다[2021코로나 극복!靑運]
"서울에서 내려오신 거죠?"
"네…."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낯선 취재진을 향해 휴대용 소독제를 뿌려댔다. 인사, 통성명보다 방역이 우선이었다. 경기장 입구에서 이미 발열측정기, QR 체크인, 대인소독기를 모두 통과한 후였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이왕운 대전광역시체육회 주임이 손 소독제와 항균 물티슈, 장갑이 든 키트를 건네며 싱긋 웃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광역시체육회가 주관하는 대전광역시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코로나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달리고 싶다. 온라인 체육, 집콕 운동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대전광역시체육회가 길을 찾았다. 자전거(사이클), 조정, e스포츠 종목에서 비대면 온라인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철통같은 방역 속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모두가 행복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학생선수 일반학생 소속에 구애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 코로나 시대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100%의 방역' 즐겁게 안전하게 다함께
지난달 29일 대전월평사이클장에선 대전광역시 청소년스포츠한마당, 자전거 경기가 진행됐다. 야외에 설치된 4개의 부스엔 자전거 2대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즈위프트(zwift)' 프로그램을 활용한 가상현실 코스 경기, 4000m를 완주해 두 선수의 기록을 합산한 후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 레이스였다. U-15, U-18 남녀부에서 학생선수 1명과 자전거를 좋아하는 동호인 선수 1명이 '2인1조' 짝을 이뤘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한번에 참가하는 인원수와 동선을 제한했다. 온풍기를 장착한 10개의 대형텐트를 빌려 경기 15분 전 도착한 아이들이 대기실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게 했고, 경기를 마친 학생들은 곧바로 대회장을 떠나게 했다. 오전 9시부터 20분 간격으로 4개조, 각자의 부스에서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젖먹던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한켠에선 대회 실황을 중계하는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이어졌다. 댓글창엔 경기장에 오지 못한 가족, 친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한 팀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폭풍 방역'이 실시됐다. "대전 지역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도록"이라는 취지에 공감한 지역 최대 방역업체(천연살균의학처) 전문 외주요원들이 20분 간격으로 부스별로 꼼꼼하게 살균 소독을 이어갔다.
이주일 대전광역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학교나 훈련장을 방문하다보면 체육수업도 훈련도 대회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비대면'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을 적극 기획한 이유를 전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이다. '방역을 정말 철저히 하고, 운영을 완벽하게 하면서 안전하게 한번 시도해보자' 했다.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학부모 동의를 받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반응이 너무나 좋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스포츠 대회 등 안전하게 '더불어' 운동하는 방법들을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 청소년스포츠한마당 큰 위로"
이날 참가자중엔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스켈레톤 선수' 황혜연양(중일고)은 "한체대 진학이 결정된 후 비선수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중일F4'라는 팀명으로 체대 입시를 준비중인 장한비, 김은채, 김기림양(이상 중일고)과 함께였다. '스켈레톤 국대'를 목표 삼은 황혜연양은 6분56초로 친구 김기림양과 함께 3위에 올랐다. 사실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황혜연양은 "선수, 비선수가 함께 나오는 대회라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일반학생들에게도 선수들과 함께 하는 기회가 돼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4000m 완주 후 "다리 힘이 다 풀렸다"면서도 다들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동호인 친구들 역시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해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의학도를 꿈꾸는 장한비, 김은채양은 "혜연이는 '선수'지만, 우리에겐 사실 선수라기보다는 그냥 친한 친구"라며 웃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나중에 두고두고 얘기할 것 같다"고 했다.
'중학생 사이클 꿈나무' 김지후(변동중), 오혁준군(대전서중)은 코로나로 대회도, 훈련도 멈춘 시대, 어른들이 안전하게 마련해준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 "작은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날 5분11초의 기록으로 비선수 친구와 함께 중등부 1위에 오른 김지후군은 "코로나 때문에 대회도 못나가는데 이렇게 방역을 철저하게 해주시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대회를 하니 정말 좋았다. 이런 대회가 더 많이 생기면 선수도 동호인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즈위프트 방식은 운동효과도 트랙과 비슷하다. 즐거운 분위기에서도 좋은 기록까지 내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사이클 선수의 길에 들어선 지 8개월째 오혁준군은 "코로나 때문에 동호인 대회도 많이 없어졌다. 선수가 된 지 얼마 안됐는데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나와 모처럼 씽씽 달리니 즐거웠다"며 웃었다.
대전체육회는 e스포츠와 조정 대회도 계획대로 즐겁고 안전하게 마무리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브롤스타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4종목에 걸쳐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e스포츠의 열기는 뜨거웠다. 조정의 경우 4명씩 4개조, 초중고 6개부 60팀 240여명이 참가했다. 전문 선수와 동호인 선수 4명이 한조를 이뤄 5분간 2000m, 각 500m씩 릴레이 방식으로 로잉머신 노를 함께 저었다.
12월 들어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상되면서 대전광역시체육회는 축구, 볼링, 스키 등 3종목 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이왕운 주임은 "또 방법을 찾아봐야죠"라며 웃었다. 환한 미소의 아이들이 떠나간 경기장, 살균차가 구석구석을 누비며 옅은 분무를 뿜어냈다. 언젠가 코로나는 반드시 멈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체육시간은 그렇게 계속돼야 한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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