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위해 예능 이용" 홍보의 맛 전락한 '아내의 맛' 시청자 우려 [TV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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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이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에 떴다.
얼떨결에 '아내의 맛' 시청자들은 정치인들의 예능 경쟁을 2주째 보게 됐다.
선거철을 앞두고 예능이 정치에 자리를 내어준 것 같은 상황에서 '아내의 맛'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평소처럼 시청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에게 솔직함으로 승부를 봤던 '아내의 맛'이 정치인 인간미 발굴 프로젝트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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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에 떴다.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11.4%, 분당 최고 시청률은 15.4%까지 솟구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돌파했다.
문제는 시청자들 반응이다. 정치인의 민낯을 확인한다는 화제성에 시청률은 올랐지만, 막상 그 시청자들 반응은 찜찜했다. 민낯이라고 보여준 얼굴이 비비크림까지는 바른 듯한 홍보용 영상 같았기 때문. 시청자들 사이에서 "정치를 위해 예능을 이용한다"라는 지적이 쏟아질 만했다.
이날 방송에는 박슬기와 공문성 부부의 '전세난 속 합가 전쟁' , 함소원과 진화 부부의 '열혈 내조의 맛', 나경원과 김재호 부부의 '인간 나경원'이 담겼다.
박슬기, 공문성 부부는 전세 계약이 종료되기 전, 집이 팔려 버려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임차인의 난처한 상황,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고르며 고심하는 모습.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 함소원은 사업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는 진화를 위해 방송 섭외 미팅을 잡는 모습을 그렸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운영이 어려운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나경원, 김재호 부부였다. 남편은 물론 딸까지 최초 공개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흥이 많고 딸을 사랑하고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를 공개하는 모습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부부들의 현실적 일상을 보며 공감을 일으키던 '아내의 맛'이 갑작스럽게 나경원 홍보 영상으로 노선을 이탈한 느낌. 시청자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을 정치인이 보여주니 '인간적'이라고 포장하는 모습이 이물감만 자아냈다. '아내의 맛'을 보려고 채널을 돌렸는데 뜬금없이 '정치인 홍보의 맛'이 방송되고 있으니 시청자도 황당할 수밖에.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워지고 싶어 예능 출연을 결심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국민과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내의 맛'은 '아내의 맛'만의 색깔이 있고, '아내의 맛' 시청자들이 원하던 그림이 있다. 출연 부부들이 때로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육아, 갈등, 화해 그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게 '아내의 맛'이다. 나 전 의원이 보여준 것처럼 '국민이 보기 좋을' 그림을 보여주는 홍보 대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아내의 맛'이 왜 사랑받는지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덕에 예능 출연이라는 묘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예능 출연이 아니라 다큐를 찍는 편이 더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았을까.
문제는 다음 주 방송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얼떨결에 '아내의 맛' 시청자들은 정치인들의 예능 경쟁을 2주째 보게 됐다. 선거철을 앞두고 예능이 정치에 자리를 내어준 것 같은 상황에서 '아내의 맛'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평소처럼 시청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고정 부부가 한 주만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논란이 될 정도로 화제인 '아내의 맛'에 2주째 정치인이 등장한다는 건 프로그램의 경로마저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시청자들에게 솔직함으로 승부를 봤던 '아내의 맛'이 정치인 인간미 발굴 프로젝트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시청률이라는 화제성에만 집중하지 말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내의 맛'이 어떤 맛 때문에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사수할 수 있었는지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캡처)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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