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택한 김하성, 주전 차지할까

2021. 1. 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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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내년 또 한명의 한국인 선수를 세계 최고 프로야구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최고 유격수 김하성(26)이 2021년 1월1일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약 303억원) 보장, 최대 5년 3900만달러(약 422억원) 대형 계약을 맺었다. 한국인 내야수로는 강정호·박병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를 두들긴 KBO리그 출신 선수들은 많았지만, 김하성만큼 젊은 나이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는 없었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를 보는 재미가 또 하나 늘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김하성 / 이석우 기자


KBO에서의 김하성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은 김하성은 2015년 풀타임 유격수가 된 뒤 급성장했다. 2015년 19개의 홈런과 73타점, 2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풀타임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하성은 이듬해 20홈런, 28도루로 20-20클럽에 가입하면서 단숨에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하게 된다. 2017년에는 생애 첫 100타점, 2020년에는 첫 30홈런 고지에 오르며 팀 선배인 강정호의 뒤를 이어 리그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김하성이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른 2015년 이후 김하성보다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유격수는 없다.

김하성은 공격 못지않게 수비 또한 발군이다. 어깨도 강하고 순발력이 좋을 뿐더러 스피드 또한 뛰어나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수비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다소 무리한 플레이를 해 실책도 많은 편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호수비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9년부터는 일취월장한 공격에 비해 수비력은 더 떨어져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김하성이 온전히 유격수에만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하성은 2018년부터 3루수로도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키움의 또 다른 유격수 유망주인 김혜성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에서의 성적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KBO 시절 성적을 재현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세이버매트리션인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기록 예측 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에 따르면 김하성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0홈런, 80타점 이상에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3.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이저리그에서 A급 유격수로 분류될 수 있는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 시즌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수도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강속구의 시대다. 과거에는 꿈의 구속이었던 100마일(약 161㎞)을 던지는 투수를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격에서 김하성이 성공하려면 결국 강속구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국내 스포츠 통계전문업체마다 수치가 다르긴 하지만, 김하성은 2020년 150㎞ 이상 패스트볼을 상대로 타율이 2할대에 불과했다. 만약 강속구와의 전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김하성의 성공은 요원한 길이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샌디에이고는 환경적 측면에서 김하성이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그런 환경과는 다르게 팀 내부 경쟁은 험난하다.

일단 주전 유격수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다. 2019년 데뷔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타티스는 코로나19로 단축시즌으로 치른 지난해 59경기에서 17개의 홈런을 쏘아올리고 MVP 투표 4위, 유격수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는 등 더 발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지속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선수로, 타티스가 부상당해 장기 결장하지 않는 이상 김하성이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힘들다.

샌디에이고에서의 김하성은?

그렇다고 3루수 경쟁이 쉬운 것도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3루수는 평균 연봉 3000만달러(약 328억원)를 받는 매니 마차도다. 2019년 샌디에이고와 10년 3억달러(약 3280억원)에 계약한 마차도는 첫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하지만 단축시즌이었던 지난해 60경기에서 타율 0.304에 16홈런, 47타점을 기록하고 장타율도 5할대를 회복하는 등 반등의 시즌을 보냈다. 현 리그 최고 3루수 중 1명인 그를 두고 김하성을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포지션은 결국 2루수 하나다. 김하성은 야탑고 시절 1년 후배 박효준에게 유격수를 양보하고 2루수로 뛴 적이 있다.

2020년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는 신인 제이크 크로넨워스였다. 2019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를 떠나 샌디에이고로 넘어온 크로넨워스는 54경기에서 0.285, 0.354, 0.477의 뛰어난 비율 스탯을 남기고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공동 2위에 올랐다. 하지만 크로넨워스가 주전을 확실히 못 박은 것은 아니다. 왼손 타자인 크로넨워스는 오른손 투수(0.316, 0.385, 0.581)를 상대할 때는 월드시리즈 MVP 코리 시거(0.307, 0.358, 0.585)가 부럽지 않은 타자지만, 왼손 투수(0.183, 0.275, 0.268)를 상대할 때는 리그 최하위권 타자였다. 현재 크로넨워스를 외야로 이동시키고 김하성에게 2루수를 맡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샌디에이고는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김하성이 가지는 장점은 26세로 젊다는 것과 준수한 공격력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인해 ‘매드맨’이라고 불리는 A. 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최근 몇년간 포지션 중복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를 끌어모으고 있다. 내년 예상 라인업에도 중복 포지션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프렐러 단장은 포지션 중복보다는 로스터의 깊이를 더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으로, 실제로 최근 성공하고 있는 많은 스포츠팀이 보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김하성에게 포지션 중복이 좋은 것은 아니다. 김하성의 목표는 주전을 꿰차는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결국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게 투자한 금액으로 볼 때 기회는 충분하게 줄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온전히 김하성의 몫이다.

윤은용 기자 plain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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