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설국열차」 시즌2를 기다리며 [방구석 극장전]

2021. 1. 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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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절묘한 타이밍에 설국열차가 돌아온다. 하필 드라마 속 〈설국열차〉의 시간대가 2021년이다. 지난해 5월 소개된 드라마 시즌1에 이어 시즌2는 미국 현지에서 1월 25일 공개되며 국내에서도 곧 방영이 예상된다. 2021년 벽두를 온 세상이 얼어붙은 드라마 속 가상현실과 함께 맞이하는 셈이다. 이렇게 기이한 만남이라니.

「설국열차」시즌2가 1월 25일 미국 현지에서 공개된다. / 미국 TNT 채널


이 매력적인 종말 이후의 세계는 만화에서 영화, 그리고 미국 케이블 채널 TNT의 드라마(국내에서는 넷플릭스 공개)로 확장돼왔다. 1984년 프랑스의 만화가 자크 로브와 장 마르크 로셰트의 만화 원작은 1984년 1권 〈탈주자〉를 시작으로 1999년 2권 〈선발대〉, 2000년 3권 〈횡단〉으로 이어졌고, 2004년 불어권 외 최초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원작 세계관에 매료된 봉준호 감독은 2013년 〈설국열차〉를 완성했고, 영화 개봉 1년여 후 원작자들에 의해 4권 〈종착역〉이 출간됐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설국열차 출발 7년 후(영화의 10년 전) 시간을 다룬다. 영화에서는 시간과 예산의 제약으로 미처 구현하지 못했던 1001량의 열차가 멸망한 세계를 달리는 가상세계 속 풍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눈요기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끝없이 세로로 길게 늘어진 열차를 한칸씩 전진하는 등장인물들 앞에 펼쳐진 ‘최후의 세계’는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힌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롭게도 길게 늘어진 설국열차를 수직으로 세우면 마치 초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와 지하실 사이 격차처럼 계급사회가 형상화된다. 열차의 세계는 1등-2등-3등-꼬리 칸 객실 승차권으로 계급이 나뉜다. 객실 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며 격차는 절대적이다. 대신 승차권을 구입할 능력만 된다면 인종이나 성차별은 거의 사라진 사회다.

설국열차의 세계는 ‘맬서스 트랩’이 지배한다.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폐쇄 생태계다. 1등 칸 열차 투자자 귀족, 2등 칸 공무원과 군인, 기술자 관료, 3등 칸 생산 노동자, 꼬리 칸 예비 노동자 간에는 끊임없는 이전투구가 일어난다. 누군가에겐 인류 보전을 위한 고육지책이 반대편에선 착취와 차별로 받아들여진다. 영화와는 차별화된 복잡한 셈법의 정치적 우화다.

생존을 위한 질서와 통제의 정당화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지가 드라마 판 〈설국열차〉의 주제다. 자원이 제한되기에 산아제한은 철저하고, ‘제동수(경찰)’와 ‘군화(군대)’의 제재는 정당화된다. 닫힌 공간인 열차 안에서 전염병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지기에 다들 극도로 두려워한다.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민방위 훈련처럼 마스크를 즉시 착용하는 드라마 속 아이들 풍경은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일상과 고스란히 겹쳐진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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