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시인 함민복, 뻘밭에 뿌리를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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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이 강화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은 수필집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를 펴냈다.
함 시인은 35살이던 1996년 강화도를 찾았다가 마니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갯벌의 풍경에 매료돼 동막리에 정착했다.
궁벽한 시골에서 가난한 유년을 보냈고 강화도에서 시를 써서 밥벌이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무직'이라는 점이다.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함민복 지음/ 시공사/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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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함민복 시인이 강화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은 수필집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를 펴냈다.
함 시인은 35살이던 1996년 강화도를 찾았다가 마니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갯벌의 풍경에 매료돼 동막리에 정착했다.
"마니산에서 내려다보는 뻘밭은 일대 장관이다. 여의도 이십 배나 되는 드넓은 뻘, 뻘에 핏줄처럼 퍼져 있는 물길들. 산 위에서 보는 물길들은 물의 뿌리란 생각이 든다. 구불구불 영락없이 나무뿌리처럼 생겼다. 가늘게 뻗어 있는 물의 실뿌리들은 뭍에 박혀 있다. 그 실뿌리들은 바다 쪽으로 커가면서 가닥과 가닥을 합쳐 점점 굵은 뿌리가 된다. 그러다가 큰 물줄기가 펼쳐지고 그 줄기 위에 푸른 ‘물나무’가 드넓다. 작은 배 몇 척이 누워 있는 물나무를 위태롭게 지나가기도 한다."(달이 쓴 '물때 달력' 벽에 걸고 중 일부)
이후 25년째 머물고 있는 그는 텃밭을 가꾸고 어선을 타고 동네의 잡일을 돕고 글을 쓰고 시를 썼다.
"고 선장이 배 시동을 걸었다. 배가 녹두빛 물을 가르며 흰 물보라를 일으켰다. 달리는 뱃소리에 자선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누는 말이 끊겼다 들렸다 했다. 배 뒷전에 숨어 담배를 피우며 선장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다보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화로웠다."(배가 웃었다 중 일부)
책은 강화도라는 밭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삶을 더욱 깊이 체험했던 십여 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글을 통해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 있는 사실들이 있다. 궁벽한 시골에서 가난한 유년을 보냈고 강화도에서 시를 써서 밥벌이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무직’이라는 점이다.
책에 담긴 수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강화도를 배경으로 한 현재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충청도 어디쯤으로 짐작되는 산골 마을에서 보낸 유년기다.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함민복 지음/ 시공사/ 1만38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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