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굿바이'가 그려낸 끝과 시작의 경계 '죽음'
삶이라는 여정의 마지막 길을 흔히 '죽음'이라고 한다. 영화 '굿바이'가 그려내는 그 마지막 관문은 어둡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예우를 갖춰 밝고 따뜻하게 죽음과 그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살핀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악단 해체로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에서 다이고는 '연령, 경험 무관! 정규직 보장!'이라는 여행사 구인 광고를 보고 바로 달려간다. 면접 아닌 면접을 본 다이고는 바로 합격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여행 가이드가 아닌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장례지도사다.
처음 보는 시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다이고는 갈등하지만 결국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에게 일을 배우며 사명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점점 일을 사랑하게 된 다이고와 달리 미카나 주변 친구들은 그의 직업을 혐오스러워하며 피하게 된다.
제일 처음 죽음의 엄숙한 면을 소개한 영화는 다이고가 처음으로 마주한 죽음을 통해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라는 얼굴을 보여준다. 생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간 채 차갑게 식은 인간을 처음으로 마주한 다이고는 그날 아내의 품에 안겨 온기를, 살아있는 인간의 맥박을 느끼고자 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죽음의 또 다른 면은 바로 '불결함'이다. 다이고의 직업을 알게 된 친구는 가족들에게 다이고와 인사도 하지 말라며 그를 경계한다. 다이고의 아내 미카는 자신을 만지려는 남편에게 '불결하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 죽음을 부정하고자 하는 내면이 죽음과 가까이하는 다이고마저 밀어내고자 한다.
그러나 불결하다고, 두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달리 다이고가 장례지도를 하며 마주한 죽음은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일 뿐이었다. 또한 잊었던 사랑과 소중함을 마지막으로 일깨워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내의 만류에도 다이고는 장례지도사 일을 놓을 수 없다.
누군가는 불결하다고 할 정도로 당혹스럽고 두려운 죽음을 '굿바이'는 마냥 어둡고 우울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죽음을 통해 이어지는 사람들,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상황을 넣어 묵직한 화두로 가라앉는 관객들을 끌어올린다. 그렇게 영화는 죽음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도록, '죽음'이라는 의미에 대해 새로운 물음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린 시절 아픔과 고통은 어른이 된 다이고까지 묶어놓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해소된다. 자신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아버지를 염습하며 그는 단단하게 굳어져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상처를 다 토해내고 비로소 벗어나게 된다. 영화에서 말하던 '새로운 문'으로 향하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영화 제목 '굿바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출발점에 선 이들이 던지는 인사다. 삶을 살아낸 후 죽음을 맞이한 인간이 생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인사다. 동시에 죽음을 통해 다시 마주한 소중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감사 인사이자, 새로운 여정에 놓인 생과 사의 모든 인간이 던지는 시작의 인사이기도 하다.
주인공 다이고가 첼리스트인 만큼, 영화에서는 내내 첼로 선율이 흐른다. 영화 음악의 거장인 히사이시 조가 죽음을 마주한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죽음에 대한 예우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냈던 타키타 요지로 감독은 삶과 죽음 사이를 밝고 따뜻하게 넘나들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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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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