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성비 높은 복수 [박상미의 고민사전]

[스포츠경향]

‘억울해서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는 사람들을 상담할 때가 있습니다. 분노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노는 복수하는 데 쓸 수도 있고, 나의 미래를 위해서 창조적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분노를 어떤 에너지로 쓸 것인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다양합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울증은 물론이고, 분노가 육체의 질병으로 옮아가서 심장 질환,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고요.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복수하는 방법은 각자 다릅니다. 가장 비극적인 방법은 ‘너 죽고 나 죽자.’ 나를 제물로 쓰는 복수법입니다. 아내와 성관계를 맺은 남자를 죽이고, 살인으로 교도소에 들어온 분을 교육한 적이 있습니다. 이분은 복수에 성공한 것일까요?

2개월이 지난 후, 제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복수를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복수마저 실패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아내도, 딸들도 저를 떠났습니다. 제게 남은 건 가정 파탄, 그리고 살인자라는 이름. 제 분노에 못 이겨서, 쓰레기 같은 한 인간에게 제 인생 전부를 갖다 바쳤습니다. 가장 어리석은 복수가 내 인생을 담보로 하는 복수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잘 사는 게 진짜 복수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건강한 복수를 결심한 분들도 있습니다.

‘내 인생에 일어난 최악의 교통사고였다. 나는 그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오늘 내 행복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서 과거를 잊어버리고 오늘을 잘 살기로 선택한 것이다.’

억지로 용서하려고 애쓰는 건 마음에 더 큰 분노를 일으킵니다. 그 사람 자체가 아닌, 한 인간이 가진 ‘비도덕적이고 불완전한 행위’를 용서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비로소 마음이 편해집니다. 종교에서도 무조건 용서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너희가 직접 원수를 갚지 말라.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원수 갚는 것은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 로마서 12:19

원수 갚는 것은 나의 일이다. 내가 갚아주겠다. 환난 날이 가깝고 멸망의 때가 속히 오리라.- 신명기 32:35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닌 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일 때 더 큰 힘을 얻은 것 같은 안도감이 들지 않나요? 그가 정말 악한 사람이고, 내가 선한 피해자라면, 반드시 신이 복수해주는 날이 옵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경에과 코란에도 비슷한 구절은 많습니다. 신께 맡기고 오늘을 사십시오. 분노와 복수의 실체는 과거에 살고, 행복의 실체는 오늘 이 순간에 있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고, 용서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화가 날때는 나의 잘못을 용서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써보십시오. 그들의 용서로 인해서 내가 얻은 평안과 행복에 대해서, 그 감사함에 대해서도 기록해보십시오. 나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용서 덕분에 오늘까지 왔는지도 모릅니다.

복수하는 데 나의 인생과 행복을 저당 잡혀서는 안 됩니다. 억지로 용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과거를 잊고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다 보면, 까맣게 잊고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용서의 발견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가장 가성비 높은 복수는 용서입니다.

■‘마음치유 안내자’ 박상미는?

공감, 소통, 치유, 회복을 주제로 글쓰고, 강의하고, 다큐를 찍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마음치유학교’를 연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나를 믿어야 꿈을 이룬다-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을 썼다. 유튜브 ‘박상미라디오’ ,EBS 라디오 ‘박상미의 마음 마음’ 진행자이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자다. EBS ‘인생 파란만장’, SBS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중이다.찍은 다큐 영화는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 ‘마더 마이 마더’ 등이 있다.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수련감독이며 경찰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마음치유 안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