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새해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
일단 올해 제일 먼저 바뀌어야할 것은, 여당의 태도다. 2020년처럼 자기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단독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2021년에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독단적 모습 속에서는, 합의제로 운영돼야 할 국회의 존재 의미는 상실되고, 정치 역시 사라지게 된다. 흔희들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의미이지, 작년 여당의 행태처럼 야당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 단독의 무한 질주는 정치가 아니라, 통치다. 정치가 사라진 마당에 국회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2020년의 국회는 그런 모습이었다.
또 하나 바뀌어야 하는 것은 정치권의 이른바 ‘남 탓’이다. 이 ‘남 탓’ 증후군은 코로나 19보다도 전염력이 강한 것 같다. 여당이 툭하면 지난 정권 탓, 야당 탓을 하더니, 이제는 야당도 여당 탓, 정권 탓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부동산 문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 지금 정국의 난맥상은 검찰 탓, 백신이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난리, 구해오면 진짜 구한 것이냐고 난리, 이렇듯 남 탓을 하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어진다. 남 탓을 하면 내 잘못은 없는 셈이 돼, 반성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울까 겁난다. 분명한 것은, 권력을 가진 측이 반성하지 않으면, 나라 사정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힘 있는 자가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면, 그 힘을 마구 휘두르면서 자기도취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도취는 이른바 진영 갈등의 원인이 된다. 진영 갈등도 새해에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갈등을 이념 갈등으로 착각하지만, 이것은 이념 갈등이 아니다. 만일 지금의 갈등이 이념 갈등이라면, 정책이나 법안을 두고 갈등해야 하는데, 지금 일어나는 갈등은 법안이나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라기보다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진영 간의 이익 갈등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또 하나 새해에 바뀌어야 할 점이 등장한다. 바로 ‘개혁’이라는 용어의 원래적 가치 회복이다. 요새 정치를 보면, ‘개혁’이라는 용어의 전성시대인 것은 확실하지만, 진짜 개혁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보여서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검찰을 비롯해 사회의 모든 분야는 끊임없이 개혁을 해야 한다. ‘끊임없는 개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개혁’이란 하나의 과정이지 완성된 목표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혁’이라는 이름의 과정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보수나 진보 모두 개혁이라는 명제에는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새 보면 특정 정파가 자신들의 행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상대방을 ‘반(反)개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해악적 행위다. 이런 상황에서 싹트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 혹은 관용이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증오’인 것이다.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통합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통합과 관련해서 또 하나 바뀌어야 하는 것은 ‘국민’이라는 단어의 오용이다. 지금 각 정파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국민’이라는 가치중립적 단어가 이들의 입을 거치면 정파적인 단어로 변한다. 마치 현재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국민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한쪽의 ‘국민’이 강조되면, 다른 쪽은 ‘국민’에서 배제된다. 이래가지고는 통합된 사회를 꿈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2021년은 이런 것들이 모조리 바뀌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국 (col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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