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평점 매기던 'AI 사장님', 법원 경고장 받았다

선담은 2021. 1. 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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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배달의민족'인 세계적인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루'가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으로 라이더들을 부당하게 차별했다며 배달기사에게 수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는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알고리즘 뒤에 숨어 (평가에 따른 일감 배당 같은) 차별 행위의 책임을 '인공지능 탓'으로 돌려왔는데, 이러한 대응에 유럽 법원이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우리나라에선 아직 타다 드라이버나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번 판결 내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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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배민' 딜리버루 인공지능
결근 사유 무시 라이더 근태 평가
이탈리아 법원 "6천만원씩 배상"
‘유럽판 배달의민족’인 세계적인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루’의 한 라이더. 유튜브 갈무리

‘유럽판 배달의민족’인 세계적인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루’가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으로 라이더들을 부당하게 차별했다며 배달기사에게 수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최근 ‘인공지능 추천 배차제’처럼 노동자의 업무를 사실상 지휘·감독하면서도 알고리즘 뒤에 숨어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꼼수’에 유럽 법원이 경고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5일 일간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탈리아 볼로냐 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질병이나 파업 참여 등 노동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업무거부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근무일에 배달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라이더의 평점을 낮게 매겨 일감 배당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차별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며 딜리버루에 대해 배달기사 1인당 5만유로(약 66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딜리버루는 그동안 ‘프랭크’로 불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배달기사들의 근태 등을 평가해왔는데, 법원은 이 시스템이 단순 무단결근과 노동법상 차별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질병·파업 등에 따른 결근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평점에 반영해 배달기사들에게 페널티를 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라이더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법원이 ‘보이지 않는 사장님’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국내에서 포털의 뉴스 선별·배치 알고리즘이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던 것처럼,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딜리버루의 알고리즘 평가를 회사의 가치판단이 반영된 일종의 취업규칙으로 본 셈이다. ‘프랭크’가 노동자의 파업권 등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낸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은 법원의 선고에 대해 “법원은 딜리버루의 알고리즘 평가가 (결근이 없는) 라이더의 가용성을 선호하는 회사의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는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알고리즘 뒤에 숨어 (평가에 따른 일감 배당 같은) 차별 행위의 책임을 ‘인공지능 탓’으로 돌려왔는데, 이러한 대응에 유럽 법원이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우리나라에선 아직 타다 드라이버나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번 판결 내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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