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팬덤' 구축하자[우보세]

김지산 기자 2021. 1. 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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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21년 금융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이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의 신년사는 비대면 금융 흐름에 뒤처지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디지털 전환’은 금융그룹의 최우선 과제였다. 코로나19로 절박감이 커진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괄목할만한 시장 잠식 속도도 한몫 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현상유지의 필요조건이 된 셈이다.

아쉬운 점은 금융지주의 구호가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비욘드 디지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상의 서비스와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빅테크든, 외국계 자본이든 대응할 수 있다. 이 순간 금융 영역을 강하게 치고 들어온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향점이 과연 디지털 서비스를 잘하자는 수준일까?

그게 아니라는 답은 명확하다. 그랬을 때 비욘드 디지털의 종착점은 ‘팬덤’이다. ‘애플빠’로 불리는 바로 그런 집단 말이다. 애플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는 사람은 봤어도 애플을 버리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는 사람은 잘 없다. 애플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그룹은 그런 팬덤을 만들어 내야 한다.

팬덤 효과는 크다. 기술 개발이나 신개념 서비스 같은 도전이 쉽다. 콘크리트 수요층이 있으니 ‘헛발질’을 해도 기둥 뿌리가 흔들릴 부담이 그만큼 적다. 당연히 시장 창출과 선점 기회도 많다.

말이 쉽지 팬덤을 구축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혁신성은 기본이고 계층을 차별하지 않는 포용성, 신규 비즈니스 창출 능력을 갖춘 확장성이 두루 요구된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당장 카카오뱅크만 봐도 알 수 있다. 갖가지 아이콘들은 친숙하다. 카카오라는 이름에서 신뢰와 참신함이 묻어난다. 젊고 뭔가 다를 것 같다. 팬덤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신년사의 핵심 메시지로 ‘LG팬덤’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LG라는 이름 자체가 열광의 대상이 되게끔 하자는 것이다. ‘애플 반열에 올라서자’는 욕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지금까지 없던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곧 LG전자에서 앞으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임을 암시한다.

금융이 어떻게 제조와 같을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고객들의 돈을 받아 심사를 거쳐 빌려주는 게 대부분인데 편의성(디지털 전환)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여기서 멈춰 버리면 검색 사이트에 불과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을 무기로 비즈니스 영역을 파괴한 공룡이 된 현상은 설명할 길이 없다. 국수주의와 혐한으로 무장한 일본에서 네이버 라인이 1억6000만명 이용자를 거느리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상할 수 있다면, 만만하게 이뤄진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다.

물론 금융 팬덤 구축이 금융회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전향적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은행 앱에서 음식 배달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식의 규제 완화로는 아직 부족하다. 플랫폼이 하는 서비스를 은행도 가능하게 해준 정도다. 플랫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의식한 결과다. 포지티브에서 보다 적극적인 네거티브 규제로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금융회사들은 팬덤을 구축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분류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본, 그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도, 성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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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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