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차 시작도 전에 4차 재난지원금 운운, 선거가 다가온 것
코로나 피해가 큰 자영업자 580만명에게 9조원을 주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조차 안 했는데 정부·여당은 전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4차 재난지원금을 띄우고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기를 진작해야 된다고 할 때는 ‘전 국민 지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선별 지원과 별도로 경기 진작을 위한 예산 집행도 있어야 할 것”이라 했다. 작년 4월 총선 때 4인 가족당 100만원씩 뿌린 1차 재난지원금으로 재미를 보자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 살포 후 문재인 대통령은 한우·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며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이 경기 진작에 큰 효과가 없었음은 입증된 사실이다. 국책 연구기관 KDI는 1차 지원금으로 뿌린 돈 14조원 중 소비 증대로 이어진 것은 30% 안팎이었다고 분석했다. 그 30% 지원금도 대부분 대기업·제조 업체 매출로 이어졌고, 정작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소상공인이나 서비스 업종의 매출 증대 효과는 낮았다. 전 국민 일괄 지급보다 피해 업종에 제한한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KDI의 결론이었다.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국가부채 부담이 훨씬 적은 미국에서도 ‘무차별 지급’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며칠 전 미국 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막대한 규모의 무차별 현금 퍼붓기가 소비 회복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재정 부담만 늘렸다고 평가했다. 성장·소비 진작 효과가 큰 분야를 잘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예산은 무려 558조원의 초수퍼 규모다. 새해가 불과 며칠 지났다. 558조원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추경 예산 검토”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미 하루 3000억원꼴로 나랏빚을 내는 형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추경을 또 하면 1000조원을 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선거 한번 이기겠다고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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