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동물' 인간은 하루에 몇번 생각할까요?[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
기억 저장-삭제 연구 활발.. 동물 통해 뇌파 감지 실험
연구팀은 184명의 실험자들에게 같은 영화를 시청하도록 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어요. 우리 뇌는 활발하게 활동할 때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산소가 필요해요. 그럼 활성화된 뇌 부위엔 많은 양의 피가 흐르는데 fMRI는 피의 양을 측정해 뇌의 기능을 파악하는 뇌 영상기술이지요. 연구팀은 fMRI를 이용해 영화 장면에 따라 뇌의 활성화 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추적했어요.
그러곤 뇌의 활성화 패턴을 가상공간에 나타내자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는 동안 길쭉한 모양의 벌레를 닮은 이미지가 나타나는 걸 확인했어요. 이에 연구팀은 ‘생각벌레’라는 명칭을 붙였지요. 반대로 어떤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넘어갈 때는 실험자들의 뇌 활동의 패턴이 급격히 달라지며 새로운 생각벌레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어요. 예를 들어 ‘강아지’를 잠시 생각할 때 생각벌레가 나타나다가 갑자기 ‘숙제’로 생각을 점프하면, 새로운 지점에 또 다른 생각벌레가 생겨나는 거예요.
연구팀은 1분마다 평균 6.5번의 생각 전환이 일어나는 걸 확인하고 이를 근거해 수면 시간(8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6200번의 생각이 나타난다고 추론했지요.
포팽크 박사는 “생각이 얼마나 바뀌는지 알면 앞으로 뇌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한국뇌연구원 김구태 연구원은 “현대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는 심리적 장애가 불편한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가 많다”며 생각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답니다.
○생각할 때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김 연구원은 “넓은 의미에서 생각은 인지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고 설명했어요. 예를 들어 인지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거나(감각), 경험을 떠올리거나(기억), 정서를 느끼는 것(감정) 등을 모두 포함하지요.
뇌는 여러 감각(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을 통해 주변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이용해 생각을 일으켜요. 예를 들어 볼게요.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시신경을 타고 뇌의 외측슬상핵을 지나 후두엽의 시각피질에 도착해요. 그러곤 물체의 색깔, 모양, 선과 경계, 움직임 등을 파악하고 각 부위가 파악한 정보를 합쳐 전체적인 이미지를 인지해요. 이러한 감각 정보가 편도체를 지나가면 감정이 더해진 생각이 돼요. 이때 모든 정보는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 간의 전기화학적 신호로 이뤄지지요.
생각은 기억을 떠올리는 회상을 통해서도 일어나요. 기억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재료예요. 뇌가 받아들인 경험은 뇌 속의 ‘해마’를 거치며 임시적인 기억으로 저장돼요. 해마는 주어진 경험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만들지만 빠르게 지워지기도 한답니다. 마치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말이에요. 따라서 중요한 정보는 해마에서 ‘신피질’로 분산시켜 저장한 뒤 잘 지워지지 않는 장기 기억으로 바뀌어요. 이때 기억은 뇌의 신경세포 간의 새로운 연결을 통해 저장되지요. 이 연결이 활성화될 때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원하지 않는 특정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울 수도 있을까요? 김 연구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이클 앤더슨 연구팀은 2009년 원치 않는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노력했을 때 실제 기억하는 정도가 줄어드는지 실험했다”며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인지를 통제하는 뇌 영역인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동시에 기억을 떠올리는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활성화 정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어요. 이는 “기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답니다.
○생각을 읽는 기술, 돼지머리에 기기를 심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가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만들겠다며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세웠어요. 그리고 지난해 8월 28일 뉴럴링크는 뇌에 무선으로 뇌파를 읽는 기기를 이식하고 2개월간 정상 생활하고 있는 돼지 ‘거투르드’의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했어요.
뉴럴링크는 지름 23mm, 두께 8mm의 동전 크기의 기기 ‘링크’를 돼지의 뇌에 심었어요. 최대 10m 거리까지 뇌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링크를 이용해 돼지의 뇌파를 감지했지요. 유튜브로 생중계된 화면 속에서 돼지 거투르드는 킁킁거리며 주변을 탐색했어요. 그러자 링크가 거투르드의 뇌파를 잡아내 컴퓨터에 기록했고 실시간으로 화면에 신호가 나타났지요. 머스크는 “지금은 뇌파를 일방적으로 수신하는 수준이지만 이후에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 등 쌍방향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이 기술은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까요? 현재 뉴럴링크 기술은 동물 실험에 그쳐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뇌파를 읽는 기기가 인간의 뇌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마비된 환자의 감각을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지요. 뉴럴링크 측은 “뇌와 관련된 질병을 기술로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 뇌파로 소통하고 나중엔 컴퓨터에 기억을 저장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답니다.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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