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두려움보다 대비가 우선이다[동아 시론/이재갑]
치명률 백신 영향 지속 조사해야
집단면역 형성 시 상황 호전
마스크 생활화로 재유행 예방하자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2차 감염률은 15.4%, 기존 유행 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률은 9.8%로 전파력은 5.6%포인트 증가했다. 변이된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은 감염자 1000명당 1.13명으로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의 1000명당 1.70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다. 사망률도 0.89%로 기존 바이러스(0.73%)보다 높아지지 않았다. 정리하면 2차 감염률은 증가했으나 재감염률이나 사망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면 바이러스의 돌기(spike) 단백질 모양이 변형되면서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이번에 발생한 변이는 돌기 단백질의 모양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백신의 효과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바이러스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고, 접종자 중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는지 추적해 백신의 효과를 조사 중이다.
코로나19는 이미 여러 차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만 해도 초기에는 S형과 V형이 유행했고, 이태원 집단 감염 이후에는 G형이 유행했다. 코로나19는 유전자 가닥이 한 줄인 RNA 바이러스로, 두 줄인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변이가 훨씬 잘 일어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박쥐에서 유행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넘어올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여러 형태로 분화되어 국가마다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변이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이 유전자의 변이가 지역사회 내에서의 유행을 변화시킬 것인지, 치명률에 영향을 끼칠지, 백신 효과에 영향은 없을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며 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 전문가 대부분은 지금까지 발생한 유전적 변이는 백신 효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접종자의 감염이 줄어들면 백신 효과를 회피하는 유전적 변이도 언젠가는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백신 효과가 감소하는 변이가 일어나면 현재 만들어진 백신을 개량해 다시 접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수년 간격으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종류가 바뀌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다만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백신 플랫폼에 바이러스만 바꿔서 만드는 것이므로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전반적인 유행 상황은 안정될 것이지만 백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서 추가 접종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변이 양상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은 매년 접종하는 백신이 될 수도 있다.
새해가 밝았다. 아직까지 고통스러운 3차 유행의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여러 국가의 백신 접종 소식과 우리나라의 백신 도입 계약 소식을 들으면서 조금은 나은 2021년이 될 것이라 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은 외국의 사례와 비슷하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고위험군과 의료진, 방역당국 종사자들부터 시작되고 그 이후 고령자, 만성질환자 순으로 확대될 것이다. 초기에는 고위험군 접종을 통해 사망률 감소 효과가 먼저 나타날 것이고 접종자 수가 늘어나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전반적인 상황도 개선될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을 하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백신을 맞고 최소 2, 3주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백신 접종 직후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효과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일부 접종자 중 발병 사례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백신 효과의 지속 기간도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백신 접종 후 효과가 떨어지면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백신을 맞더라도 전반적인 유행상황이 호전될 때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합심하여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냈던 것처럼 이번 3차 유행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봄부터 시작될 백신의 계절, 국민 모두가 백신에 대한 거부감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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