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 90년생 사이.. 80년생의 시대유감[광화문에서/박선희]

박선희 문화부 기자 2021. 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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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은 90년생의 해였다.

90년생이란 신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많았다.

80년생은 연탄불 때던 기성세대의 삶을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워라밸을 중시하는 90년생 정서에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낀 세대다.

그 댓글 속에 살아 숨쉬는 그 준엄한 부캐(부캐릭터)는 라떼도 90년생도 다 이해가 가는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80년생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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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문화부 기자
최근 몇 년은 90년생의 해였다. 90년생이란 신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많았다. ‘90년생이 온다’ 같은 베스트셀러도 나왔고, 언론의 조명도 집중됐고, 다들 열심히 그들에 대해 공부했다. 가끔은 너무하다 싶은 관대함과 이해심도 발휘해줬다. 그들을 거스르는 건 ‘라떼’(꼰대) 대열에 자진 합류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떨까. 새해에 소개할 신간을 검토하다가 80년생의 시각에서 본 사회비평을 담은 ‘추월의 시대’란 책을 봤다. 친일 대 종북, 산업화 대 민주화 세대란 이분법만으론 읽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변화를 80년생 관점에서 다시 점검했다는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개발도상국 한국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이자 선진 대한민국을 겪은 첫 세대”란 특수성을 바탕으로 배척과 분열 일변도인 현재 정치 지형에 비판을 가한 착안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80년생이 정치적 발화자로 등장하려는 조짐은 최근 들어 계속 있어 왔다. 강력한 기득권 정치집단이 된 운동권 세대를 작심 비판한 ‘386 세대유감’(2019년)도 80년생 공저자가 주축이었다. 특히 지난해 국민청원에 ‘시무7조’를 써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조은산,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를 연재해 화제가 됐던 삼호어묵도 80년대생으로 알려졌다.

80년생은 연탄불 때던 기성세대의 삶을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워라밸을 중시하는 90년생 정서에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낀 세대다. 양쪽에 역지사지가 되는 동시에 기존 정치구도로부터도 자유롭다. 일례로 조은산의 유려한 고어체는 ‘보수 어르신’이어서가 아니라 어릴 때 엄마가 사준 ‘이문열 삼국지’ 영향이었단다. 노무현 지지자였지만, 반민주적 당파성까지 용인할 만큼의 맹목적 부채감(혹은 이해관계)은 없었다.

목동의 중산층 워킹맘으로 알려진 삼호어묵은 흙수저 유년기를 자주 언급한다. ‘노오력’이 꼰대의 상징이 된 시대지만, 성과주의의 순기능이 작동했던 사회를 그는 직접 체험하며 컸다. 열심히 살며 내 집 장만한 게 적폐가 되는 세상은 경험과 직관 모두에 반한다. 이들이 상식과 원칙의 기준에서 분노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 반향이 컸다.

80년생의 복합적 정체성에서 파생된 분노가 생각보다 폭넓은 공감을 얻는 사소한 예가 한 가지 더 있다. 80년생 회사원 지인은 얼마 전부터 인터넷 뉴스에 일일이 댓글을 단다. 정치부터 부동산까지 열 뻗치는 뉴스가 너무 많아서란다. 댓글만 보면 육군 장성 출신 은퇴자 같은데 실제 그녀는 몇 년째 갖고 싶은 반클리프 목걸이 가격만 검색하는 소심한 워킹맘이다. 그 댓글 속에 살아 숨쉬는 그 준엄한 부캐(부캐릭터)는 라떼도 90년생도 다 이해가 가는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80년생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재밌는 건, 이게 자주 포털의 베스트 댓글에 오른단 점이다.

‘튀어서 좋을 것 없다’는 베이비붐 부모 세대의 가르침대로 웬만하면 순응하고 살던 30대들을 자꾸 발화자로 깨우는 시대다. 여러모로 유감에 찬 발화자들인데, 갈채와 관심이 쏟아진다. 이쯤 되면 소개해도 좋지 않을까. 60년생 386세대와 그들의 자녀인 90년생 사이에서 생략됐던 이들. 80년생도 왔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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