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93] 꿈꾸고 애쓰면 이루어지는 새해이길

김규나 소설가 2021.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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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셀브로드’

“그는 우연히 대학 생활을 화려하게 그려낸 소설을 읽었다. 훌륭한 청년이 고학하며 우등상을 타고 친구들과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새벽까지 소설을 읽은 예순네 살의 액셀브로드는 대학에 갈 결심을 했다. 예전에 하루 18시간씩 밭에 나가 일할 때처럼 입학 준비에 매진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며 어려운 과목들을 마스터해갔다.” -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셀브로드’ 중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 명령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은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K방역만 홍보하느라 1년 내내 국민 손발을 묶어놓고 한 달 운영비도 되지 않는 지원금을 주는 대신,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저마다 자립하도록 지나친 규제와 엄격한 제재를 풀어주어야 한다.

미국에 첫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싱클레어 루이스가 1927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늙은 소년 액셀브로드’는 노년이 되어서야 삶의 여유를 얻은 액셀브로드가 65세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다. 젊은 날 밭을 갈듯 열심히 공부한 그는 지성의 전당이라 믿었던 명문 대학에 입학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건 자기보다 마음이 더 늙은 청년들, ‘농장 헛간 뒤에서 떠벌리는 일꾼들의 수작’만도 못한 교수들의 작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에 꼭 맞는 학생을 만나 문학과 역사와 음악에 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꿈에 그리던 대학의 낭만을 만끽한다. ‘인생 70년을 살고 고향 떠나 1500마일을 달려온 목적이 바로 이거야.’ 너무도 행복했던 그는 만족감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젊은 친구에게 작별 편지를 남긴 뒤 미소를 지으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결정이 지혜로워 보이든 엉뚱해 보이든, 인간이 원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고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경험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세상이다. 하라, 마라, 된다, 안 된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런 곳에서는 아무도 꿈꿀 수 없고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개인은 어리석지 않고 나약하지 않다. 건강한 욕망을 통제하고 자유를 박탈하며 생존을 가로막는 권력이 반드시 무너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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