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은 ○에서 나온다..뭘까요?

정지성 2021. 1. 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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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집단 '마이크로바이옴'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달라
인체 미생물 95%가 腸에 살아
장내 미생물이 질병지도 바꿔
암·비만은 물론 뇌건강도 좌우
최근 치매·우울증 연구에 활용
유익균 늘리고 유해균 줄이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중요
균수·생존율..꼼꼼히 따져야

◆ 2021 신년기획 건강 빅 모멘텀 ◆

#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며 장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장내 미생물이 인체에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가치는 나날이 증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우리 몸의 질병 지도가 바뀐다'고 설명한다.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질환은 물론 암과 비만, 치매, 우울증 등 우리 몸 전체 질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역시 '세계를 바꾸게 될 세 가지' 중 하나로 미생물 집단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목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대'에 도래한 지금,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장 건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몸속 미생물 100조개와 그에 대한 유전 정보를 일컫는다. 세균과 균류, 바이러스가 포함된다. 손가락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녔으며, 이 차이에 의해 신체 건강이 좌우된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입, 코, 피부, 장 등 곳곳에 분포돼 있는데 그중 95% 이상이 장에 살고 있다.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그중 첫째는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외부 항원이 장 점막을 통해 유입되는데 장 점막 외부층에 주로 분포하는 장내미생물이 음식물에 포함된 미생물에 대한 일차적인 방어 기능을 담당하면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면역 시스템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실제 신생아 시기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아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뇌의 영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화기관과 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특별한 신경세포와 면역경로인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연구들의 논리다. 자폐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를 받은 남녀 128명(평균 연령 74세)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속에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세균이다. 해당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치매 예방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 간 상관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축적해 치매를 유발시킨 쥐의 장내 미생물군이 정상 쥐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치매 쥐에게 정상적인 쥐의 분변을 이식해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유도한 결과, 뇌 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이 감소하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은 개인마다 제각각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 식습관, 생활습관에 따라 개인별로 다양한 군집 구조를 갖는다. 즉 어떤 사람은 몸에 유익한 균(유익균)이, 어떤 사람은 유해균이 많다. 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익한 세균은 줄고 나쁜 균이 득세한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쉽게 배탈이 나거나 살이 찌는 것도 이러한 장내 미생물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아예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대변이식술(분변이식술)'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에서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속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방식 치료법을 토대로 암, 치매, 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변이식술의 번거로움과 부작용 등 한계를 뛰어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인 셈이다.

그렇다면 평소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그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서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젖산을 분비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산성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유해균은 감소하고 유익균은 증가함으로써 장내 균형을 맞춰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를 때는 균수와 장내 생존율, 프리바이오틱스의 함유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살아 있는 상태로 소장까지 도달해 장에서 증식하고 정착 가능해야 한다. 장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이 적용된 제품이 효과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증식시키기 위해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아하는 영양분이다. 일종의 먹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 먹이가 되어 유익균 증식률을 높이고,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제대로 살아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둘을 함께 배합한 제품은 시너지가 배가된다.

하지만 단기간 짧게 유산균을 섭취한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산균이든 효과를 보려면 한 달 이상 꾸준히 먹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프로바이오틱스 일일 권장량은 1억~100억마리다. 과다 섭취하면 장내 가스가 발생하거나 설사를 유발할 가능성 등이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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