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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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아버지는 골목 입구 찐빵 가게에서 멈칫멈칫하다가 그대로 간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석이 아버지는 찐빵을 4개씩이나 사들고 활기차게 집으로 향한다.
찐빵 가게 주인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집집의 사정을 훤히 안다.
찐빵 가게 주인은 골목 입구에 석이 아버지가 들어설 때마다 재빨리 팻말 하나를 올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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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이 엄마는 요즘 연년생인 두 아이가 어린이집을 못 가고 종일 집에 있으니까 층간 소음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루 종일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를 외치며 두 아이를 쫓아다니다 보면 입 안에서 단내가 풀풀 날 정도로 심신이 지치고 고단하다. 어느 날 아랫집 할머니가 찾아왔다. 완이 엄마는 문 앞에서 할머니를 보자마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로봇 장난감을 새해 선물이라고 건네며 완이 엄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애기엄마, 너무 애쓰지 말아요.” 순간 긴장감이 확 풀린 완이 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순길씨는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가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처럼 사라질 수는 없을까?’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겁도 난다. 어디 하나 마음 둘 데가 없다. 집에 돌아오니 유치원생인 아들아이가 스케치북을 하나 내민다. “아빠 선물이야” 도화지 한 장 한 장에 아들아이가 서투르게 쓴 글씨가 나왔다. ‘아빠 어깨 주물러 주기’ ‘아빠 꼭 안아주기.’ 하루에 한 장씩 순길씨가 선택하면 아들아이가 그렇게 해준다는 것이다. 순길씨는 양 팔을 벌리고 ‘아빠 꼭 안아주기’ 선물을 해달라고 했다. 아들아이가 순길씨를 꼭 안아줬다. 여섯 살 아들아이의 품이 그렇게 따스하고 넓을 줄이야. 순간 순길씨는 가슴에서 뜨거운 게 확 치밀었다. ‘살아내야지 어쨌든 살아 내야지.’
복자씨는 모처럼 볼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기침이 나며 목이 간질간질하다. 겁이 덜컥 난다. 사실 혼자 사는 복자씨는 외출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설마 내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는 마음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다. 모두 한 가정의 우직한 가장들이다. 복자씨는 11층 집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65세의 아픈 무릎이 걱정되었지만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 끼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밤새 무릎이 쑤셨지만 복자씨는 간호사로 정년퇴직한 자신이 일선에서 일을 돕지 못하는 것만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새해다, 무엇이 두려우랴. 사람이 힘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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