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항공사 합병, 독과점 문제 발생 땐 일부 노선 사업권 매각 조건 달 수도"
[경향신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노선의 사업권을 다른 항공사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경쟁당국이 인수를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항공사들의 기업결합 사례에서처럼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항공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이러한 내용의 ‘대형 항공사 M&A(인수·합병) 관련 이슈와 쟁점-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주요 현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항공사들 기업결합 승인 사례를 제시하고,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시 시사점을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두 항공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가능성은 각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컨대 인천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려는 소비자가 일본 도쿄행 항공편을 이용할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각 노선은 서로의 항공 수요를 대체할 수 없는 별개 시장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미국과 EU 등 주요 경쟁당국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독과점 심화 여부는 국내·국제선, 여객·화물 운송 등 대분류상 시장점유율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독과점 우려가 크지 않다’는 대한항공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여객 슬롯(slot·항공사별 이착륙 사업권) 점유율은 38.5%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해당 수치는 인천발 국제 여객노선 전체 점유율”이라며 “취항이 많은 인천발 미국·일본·중국 주요 도시행 일부 노선은 독과점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다면 독과점 우려가 큰 일부 노선의 사업권 매각을 조건으로 걸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실제 사례로 2013년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항공 합병이 꼽혔다. 당시 미국 경쟁당국은 두 항공사의 독과점이 심한 일부 공항에서의 슬롯 등을 저비용항공사(LCC)들에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경쟁이 발생해 일부 공항의 워싱턴~보스턴 노선 항공료가 30% 인하됐고, 소비자들은 연간 총 5000만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점유율이 큰 노선의 운수권·슬롯 등을 비계열사 LCC들에 양도하는 조치를 부과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따라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쉽게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보고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2013년 EU 경쟁당국이 ‘회생 불가’를 이유로 그리스 에게항공의 올림픽항공 인수를 승인한 바 있지만 ‘경기침체’는 배경으로만 고려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 수요 급감 등은 아시아나항공 회생 가능성 판단 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회생 불가를 엄격히 인정해온 기조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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