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바이든 시대다" 실리콘밸리에 첫 노조 깃발 펄럭였다

오로라 기자 2021. 1. 5. 22: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글 노조 결성, 400명 참여.. 아마존도 설립 움직임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총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무노조 경영’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글로벌 IT 대기업 중에서도 수장 격인 구글에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다. 4일(현지 시각) 구글 노조의 초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은 파룰 카울과 추이 쇼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구글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일하고 싶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며, “구글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직원들과 함께 ‘알파벳 워커스 유니온’이라는 노조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구글 노조는 이날 발표한 공식 성명서에서 노조 설립을 두고 ‘주류(主流) 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해당 산업 종사자들을 대변하는 조합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저녁까지 조합에 가입한 인원수는 400명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수년간 미국 산업계에서 노조의 힘은 퇴색해 왔지만, 친(親)노조 성향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1983년 20.1%에 달했던 미국 근로자의 노조 가입 비율은 2019년 10.3%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 테크 기업은 전통 산업보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사원 복지로 ‘신의 직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테크 기업의 성장을 받쳐준 것은 철저한 ‘능력주의’다. 성과 미달 직원은 언제든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고 초과 근무를 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노조는 혁신을 뒤처지게 한다’며 노조 결성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구글을 시작으로 아마존에서도 노조 설립이 추진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조 바람 부는 실리콘밸리… 사정은 제각각

최근 수년간 실리콘밸리에는 ‘테크 액티비즘(tech activism·기술 행동주의)’이라는 신조어가 뜨거운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수십억명 이용자의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그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이번 노조 결성은 이런 테크 액티비즘의 산물이다. 임금 교섭보다는 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반기를 드는 데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구글 노조는 회사를 압박해 임금 협상을 하는 일반 노조와는 역할이 다르다”며 “도덕성 문제에서 회사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노조는 “구글의 모토는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지만, 구글의 경영진은 국민을 억압하는 정부와 협력하고, 미 국방부에서 사용할 AI(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으며, 증오 단체의 광고로부터 수익을 얻었다”며 “구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노조의 문은 열려있으며, 우리의 모토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달리 아마존에서는 보다 전통적인 의미의 노조가 탄생할 전망이다. 오는 1월 말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수천명의 아마존 창고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 설립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가 통과될 경우, 노조 설립 물결은 미국 전역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 아마존 전·현직 근로자들은 근무 조건에 항의하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의 집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은 코로나에 걸린 직원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복직을 요구하고, 사측이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시간당 2달러의 위험수당을 계속해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은 전에 없는 호황을 겪었는데, 아마존 경영진이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지 않는다며 ‘아마존 보이콧’을 외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임금 협상 등 전통 노조의 역할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아마존 노조가 몰고올 후폭풍이 구글보다 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시대, 공유경제 종사자들 ‘노동자성’ 인정받나

우버, 리프트와 같은 공유경제 업체들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화두는 이른바 ‘긱 이코노미’로 불리는 임시직 종사자들을 직고용하는지 여부다. 공유 차량의 운전자와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랫폼 노동 규제법(AB5)을 제정하며 임시직 근로자들을 이 업체들의 직원으로 인정했지만, 지난 11월 통과된 ‘주민발의법안 22호’에 의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기업 측이 직접 고용에 따른 실적 악화를 회피하기 위해 추진한 반대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직고용을 요구하는 AB5 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국내 한 노동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임시직 종사자들은 ‘개별 계약자’ 신분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IT 업계에서는 “노조와의 교섭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으로 IT 기업들의 성장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달 사우디아람코와 손잡고 사우디 현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지만, 내부에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꼽히는 사우디 왕실이 운영하는 기업과 손을 잡아선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