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힌 겨울수박.."생산비도 못 건질 판"
[경향신문]
“수박을 그냥 따서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갈 정도입니다.” 경남 함안 겨울수박이 지난달부터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재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수박비닐하우스 안을 살펴보는 농민의 표정엔 수심이 가득했다. 출하를 앞두고 시설하우스 안 수박을 보러 온 상인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농민이나 상인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수박 판매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함안은 전국 겨울수박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수박 주산지다. 군북면 월촌, 법수면 법수·백산 등지에서 200여 농가가 125㏊, 1875동의 시설하우스 농사를 지어 75만여개를 생산하고 있다.
군북면 월촌리와 법수면 백산리에서는 다음달까지 수박 3200t을 출하할 예정이다. 품종은 산타꿀(60%)과 셀록스(30%) 등으로 올해 목표한 수입은 56억원이다.
전국 생산 70% 차지 ‘주산지’
안주용·경조사용 주로 사용
관련 업소 문 닫아 안 팔리고
값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
출하철 맞은 농민 수심 가득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수박을 시중에 선보였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구매처가 없었다.
겨울수박은 일반 가정에서 주로 찾는 4·6월 수박과 달리 호프집 등의 안주용이나 제사·결혼 등 경조사용으로 주로 사용하지만 코로나19로 관련 업소 등이 영업을 못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난달 말 기준 6㎏짜리 수박 1개당 가격은 7000원대로, 2019년(2만원대)의 3분의 1로 하락했다. 가격 폭락으로 판매의 90%를 차지하는 밭떼기 거래도 관련 상인들이 판매 불투명으로 꺼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달까지 계속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농민 A씨(56)는 “코로나19로 올해는 수박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박을 출하한다 하더라도 포장 비용에 인건비까지 들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함안군은 수박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공동선별에 더욱 집중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 홍보 마케팅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배경일 함안군 농업기술센터 원예유통과 수박계장은 “농협과 함께 겨울수박 공동 마케팅을 벌여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겨울수박이 적정 가격에 적기 출하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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