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동결 원유 대금'으로 이란 백신 구매 논의
국내 은행에 7조6천억원
이란, 최종결정은 못 내려
[경향신문]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조치에 따라 2018년부터 한국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을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 같은 자금 활용 방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지만, 이란 측이 송금과정에 미국 정부가 이를 다시 동결할 가능성을 우려해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 정부가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고 했다”면서 “이를 위한 대금을 한국 원화자금으로 납부하는 문제를 미국 재무부와 협의해 특별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란 측이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백신 구입 대금으로 코백스 퍼실리티에 입금해 달라고 한국 측에 요청했으며, 한국 정부가 미 재무부와 협의해 백신 대금 지불을 제재 예외로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은행에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가 동결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지준금) 3조4373억원 중 90% 이상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다. 이 초과 지준금은 사실상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묶여 있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소장도 지난해 7월 국내 은행에 묶인 이란 자금 규모가 65억~90억달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한국과 이란은 직접 외화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상계 방식의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거래가 중단됐고, 한국 내 계좌에 남아있던 이란 자금은 묶여버린 상태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한국에 동결된 자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자금을 돌려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신모·정원식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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