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
'고의 땐 매출액 10% 벌금 가중'도 삭제..법사위, 6일 최종 확정 방침
[경향신문]
여야가 5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쟁점인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사망사고를 낸 경우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처벌 조항을 합의했다. 이미 후퇴했다고 비판받은 정부안보다도 완화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를 확정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 벌금’보다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의 하한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처벌 수위가 완화됐다. 다만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징역 2년 이상, 5억원 이상 벌금’이었다. ‘징역 3년 이상’이라고 명시한 정의당 법안과 비교하면 후퇴 폭이 더 크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의 경우 고의가 인정됐을 때 매출액의 10%를 벌금에 가중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법의 적용 범위가 넓고 다양한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형의 하한은 낮추는 대신 상한은 높였다”며 “임의적 병과(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것)를 가능하게 해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책임의 정도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법인 벌금 상한액 50억원은 대기업의 경우 법의 효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단히 미약한 액수”라며 “벌금에 매출액 10%를 가중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인 공무원 처벌 조항과 식당·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포함 여부,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 등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6일 다시 법사위 법안소위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고 오는 8일 본회의를 개최해 중대재해법을 포함한 주요 민생법안 중 여야가 합의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의 독소조항을 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안 내용이 더 후퇴하거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과잉 금지 원칙이나 형사법 책임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걸러져서 합의가 돼야 (8일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법적으로 무조건 강하게 20년씩 형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 봐야 한다”면서 “산업계 요구와 지금 내놓은 입법들이 상당히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김형규·심진용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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