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에 싸여 화장터로..지켜주지 못하는 '마지막 존엄'
유족 도착 땐 이미 밀봉 상태
가족에게 평생 고통으로 남아
[경향신문]
“무슨 좋은 일이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80대 노모를 잃은 아들은 취재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를 한 줌 재로 변한 뒤에야 다시 만난 그는 부고도 없이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1000여번의 이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을 함께하지도, 얼굴을 쓰다듬지도, 손 한번 잡아볼 수도 없는 상황은 유족에게 고통으로 남는다.
5일 수도권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은 2명이 전부였다. 사망자 외에도 가족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탓에 화장된 유골은 아들 혼자서 인계받았다. 발인 후 유골을 안치할 곳도 찾지 못해 시립납골당에 임시 안치한 뒤 나중에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김신 가족상조 본부장은 “가족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매우 힘들어한다”면서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라고 하면 장례를 거부하기도 하고, 부고도 제대로 못해 큰 고통을 받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 지침’에 따라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병실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감염 예방을 위해 시신을 비닐 가방에 밀봉한 뒤 다시 시신 가방에 넣는다. 밀봉된 시신은 수의 등으로 갈아입히는 절차 없이 관에 안치한 후 뚜껑을 덮고 화장장으로 향하게 된다. 유족이 원할 경우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사망자 상태를 직접 볼 수 있지만, 유족이 도착하면 이미 밀봉이 끝난 상태로 입관만 진행된다.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은 일반 시신의 화장이 끝난 이후에야 진행된다. 유가족은 화장된 유골을 넘겨받은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에 정부는 최대 1300만원을 지원한다.
김 본부장은 “인천의 화장장은 방호복을 입은 유가족 2명의 운구를 허용하지만 서울 화장장은 유가족이 운구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장례 지침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하고, 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최인진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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