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절반 요양병원·복지시설서 감염..60세 이상이 95%
대부분 기저질환자, 치명률 높지만 신속한 대응 어려워
[경향신문]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일 100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후 320일 만에 1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사망자의 절반가량은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숨졌다. 사망자의 다수는 고령층이고, 요양병원 등에서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 사망자 수를 줄이려면 고령층이 밀집한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의 방역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망자 통계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발생 시점이다. 누적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가 3차 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사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526명이던 누적 사망자는 12월부터 이날까지 481명 늘었다. 전체 사망자의 47.7%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12월15일 이후 연일 두 자릿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위중·중증 환자도 386명에 달해 하루 사망자는 당분간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 사망자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서 감염됐다. 전체 누적 사망자 1007명 중 ‘시설 및 병원’에서 감염된 사망자가 50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일주일(12월27일~1월2일)에 발생한 사망자 149명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85명(57.0%)의 추정 감염경로가 ‘시설 및 병원’이었다. 이외 선행 확진자 접촉 14명(9.4%), 지역 집단발생 11명(7.4%), 해외유입 2명(1.3%), 조사 중 37명(24.8%)이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요양병원의 비근한 예는 경기 부천시의 효플러스요양병원이다. 집단감염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이 병원에선 47명의 누적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전원이 안 되고 치료가 늦어지면서 사망자가 늘었다”며 “요양병원은 기저질환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돌봄을 제공하는 곳이라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등이 특히 위험한 것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 밀집 시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은 1.55%가량이지만 연령이 많을수록 치명률도 높다.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17.16%로 평균 치명률의 11배 수준이다. 누적 사망자 1007명 중 절반 이상인 559명(55.51%)이 80세 이상이었다. 연령대별 치명률은 70대 5.6%, 60대 1.18%, 50대 0.26%, 40대 0.08%, 30대 0.05%였다. 0~29세 사망자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고령층은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사망자의 95.6%(938명)가 기저질환자였다.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확진자도 10명 있었다. 그중 8명은 지난해 12월 이후 사망했다. 3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크게 느는 만큼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12월17일 수도권에서 병상이 날 때까지 하루 이상 집에서 대기한 확진자는 548명에 달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취약시설인 요양병원,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대책”이라며 “혹시라도 감염된 분들이 적절한 중증치료를 받아서 치명률을 낮출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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