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0명 넘은 코로나 사망, 취약계층·시설 대응 강화해야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5일 국내에서 26명 늘어 1007명이 됐다. 지난해 2월19일 청도대남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지 320일 만에 1000명을 넘은 것이다. 35만명 넘게 숨진 미국을 필두로 한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1000명대에 올라선 86번째 나라(미 존스홉킨스대 기준)가 됐다. 국내 사망자의 50.5%(509명)는 지난해 11월19일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한 3차 대유행 중에 나왔다. 한때 2.5%까지 솟았던 치명률은 근래 확진자 수가 1000명 안팎으로 늘어나며 1.55%까지 떨어졌다. 사망자 수나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전한 나라로 분류되지만, 한겨울에 뒤늦게 급증한 사망자 증가세는 한 치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나왔고, 3차·1차 대유행을 일으킨 수도권(531명)과 대구·경북(265명)에서 79%를 점했다. 사망자는 80세 이상이 55.6%, 70대 28.2%, 60대 11.8%로 파악됐다. 고령층에서 95%가 나온 것이다. 사망자의 절반(50.6%)은 시설이나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빈 병상을 기다리다 집에서 10명이 숨졌고, 그중 8명은 지난달 이후 발생했다. 크게 보면 사망자는 방역·치료에 혼선이 나타나는 대유행 때 집단감염이 이어진 요양·장애인 시설과 고령층에서 속출했다. 지금이 사망자 증가 곡선이 가파라질 수 있는 최대 고비임을 여러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망자는 두 겹의 비닐백에 밀봉돼 화장되고, 유족에겐 대개 유골 형태로 전달된다. 장례관리 지침에 따라 임종도, 화장 참관도 불가능하고 장례도 엄격히 제한된다. 가족들이 손 한번 잡지 못하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도 지키지 못한 채 처연하게 세상과 이별하고 있는 것이다. 부단히 막고 최소화해야 할 황망한 죽음이다.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가 5일에도 35명 늘어 386명이 됐다. 위중·중증 환자 관리와 치유는 이르면 다음달 백신 접종과 치료제 투약이 이뤄질 때까지가 마지막 고비일 수 있다. 정부는 고강도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불길을 안정적으로 잡고, 취약시설·고령층의 검사·격리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 당장 요양병원·요양원 감염자들의 돌봄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대체시설 확충이 급하다. ‘준비 없이’ 희생자만 쏟아낸 코호트 격리 실패 사례도, 병상 대기 중에 숨지는 일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 코로나19 방역 백서에 사망자 수가 오점과 아픔으로 남지 않도록 정부는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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