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콕'하며 마음의 위로를 찾는다

조성민 2021. 1.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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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다시 책을 든 사람들의 키워드는
나를 찾고, 나를 지킬 돈 버는 법에 집중
유일한 안전지대 집에 대한 관심도 커져
'코로나 블루' 길어지며 복잡한 것 피해
쉽고 편한 청소년문학, 판타지 소설 선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집 밖을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그 반사효과로 책 시장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홀로 ‘집콕’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무료함을 달래려 다시 책을 집어든 모양새다. 신종 바이러스 등 불확실한 정보에 치인 사람들이 다시금 책의 지성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에도 이런 추세는 여전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바뀐 일상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1월1일∼12월6일)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7.3% 늘었다. 예스24도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도서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약 23%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취미 분야 도서 판매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교보문고 판매 결과 취미 관련 책은 전년 대비 62.3% 성장했다. 가정원예, 홈인테리어/수납 책도 각각 16.2%, 29.8% 더 팔렸다. ‘바이러스’, ‘백신’, ‘감염병’ 등 코로나19 관련 키워드를 가진 책도 관심이 급증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관련 키워드를 가진 책은 지난해 392종이 출간됐고 20만여권이 판매됐다.

◆2020년 도서 키워드는 ‘나’, ‘돈’, ‘집’

교보문고는 지난해 독서 키워드로 ‘나’, ‘돈’, ‘집’을 꼽았다. 지난해 우리는 ‘나’의 건강, 시간 등을 잘 관리하고, 미래를 예측해 ‘돈’을 버는 한편 ‘집’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겠다는 소망을 사들인 책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삶의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자기계발서는 ‘나’를 위한 소비였다. 교보문고, 예스24가 각각 선정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1위에 오른 ‘더 해빙’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을 의식하는 대신 ‘있음(Having)’을 느끼고, 그에 편안함을 가지는 것에 집중해야 부와 행운을 끌어들인다고 조언한다. 코로나 불황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홀로 선 ‘나’를 위로하기에도 적절하다. 이외에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토네이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제로 편’(웨일북) 등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자기 관리 도서들이 인기를 얻었다.
더 해빙(왼쪽부터), 돈의 속성,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자산관리, 투자기본서, 미래예측 등 ‘돈’의 흐름을 잡기 위한 책들도 선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루아침에 생활 기반이 흔들리자 ‘경제력이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주식’을 그 돌파구로 잡으면서 ‘돈의 속성’(스노우폭스북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지식노마드) 등 주식 투자 관련 책이 많이 팔렸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언컨택트’(퍼블리온) 등 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와 질서를 예측하는 책들도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집’은 불안한 세상에 유일한 안전가옥으로 떠올랐다. 집 밖으로의 외출이 위험해진 코로나 시대에 슬기로운 집콕 라이프를 위한 책들이 참고서처럼 활용됐다. 부모들은 ‘메타인지 학습법’(21세기북스), ‘완전학습 바이블’(다산에듀) 등 원격수업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책을 사줬고, 집에서 적절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박막례시피’(미디어창비), ‘펭아트#페이퍼토이북’(EBS) 등을 활용했다.
아몬드(왼쪽),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위로받고 싶고, 가볍게 읽고 싶어

인문, 에세이는 올해 자기계발 서적 등에 다소 밀려났지만,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 특히 많이 팔린 에세이에는 ‘보통의 언어들’(위즈덤하우스),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살고 싶다는 농담’(웅진지식하우스) 등이 있다. 올해 인문, 에세이 분야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각각 16, 14종 올라 지난해 22, 20종에서 다소 줄었다.

쉽고 편한 읽을거리를 찾는 추세도 이어졌다. ‘아몬드’(창비) 등 2020년 문학 분야에서 청소년 소설 분야는 전년 대비 113.1% 상승하며 급성장했다. 청소년 독자들이 개학 연기, 온라인 교육 등으로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볍게 읽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등 판타지 배경 소설들의 선전에도 반영됐다. 독자 펀딩을 통해 전자책으로 출간, 인기에 힘입어 종이책으로도 출간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도 회원 투표를 통해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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