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위성이 지표면 촬영하듯.. 산란광으로 웨이퍼결함 '콕' 집어

안경애 2021. 1. 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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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틴의 엔지니어가 반도체 웨이퍼 미세결함 검사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넥스틴 제공
윤상복(왼쪽) 넥스틴 CTO와 연구자들이 2017년 장영실상 시상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넥스틴 제공

반도체 계측·검사장비는 국산화율이 낮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에서도 특히 국내 기업의 입지가 미미한 영역이었다. 소수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높은 장벽 때문에 진입 자체가 힘들었다.

국산 검사장비가 없다 보니 반도체 소재·부품기업들의 어려움도 컸다. 신기술을 개발해도 국산 검사장비가 없고, 외산은 수백억을 호가하다 보니 성능과 완성도를 평가하기 힘들었던 것.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넥스틴(대표 박태훈)은 이같은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0년 7월 설립됐다. 타깃 시장은 미국 KLA가 사실상 독점해온 반도체 웨이퍼 미세결함 검사장비다. KLA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서 활동한 엔지니어들이 뜻을 모았다. 삼성전자와 KLA출신의 박태훈 대표가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국내와 이스라엘 양국에 연구소를 두고 국제 협력연구를 이끌며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주력제품은 이중거울 방식의 2차원 이미징 기술로 웨이퍼 상의 초미세 패턴 결함이나 이물질을 찾아내는 검사장비 '이지스DP'(AEGIS-DP)다.

박태훈 대표는 "첩보위성이 먼 거리의 지표면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이미지 비교 알고리즘을 이용해 비교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를 얻는 방식은 사물에 반사된 빛을 인식하는 반사빔(명조명·Bright-field)과, 산란되는 빛을 이용하는 산란광(암조명·Dark-field)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혼용된다. 이지스DP는 산란광을 이용해 최대 30나노미터 검출감도로 시간당 40장의 웨이퍼에서 결함을 찾아낸다.

이들 제품은 SK하이닉스와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성능인증을 받아, 지난 2015년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조라인에 처음 적용됐다. 2016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제조라인에도 공급됐다. 삼성전자도 2018년 성능평가를 거쳐 2019년 파운드리 공정에 장비를 도입했다. 작년부터 중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YMTC 등 해외 기업에도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KLA 제품과 동등한 검사 감도와 속도를 갖췄다"면서 "반도체 웨이퍼 상의 패턴이 갈수록 미세화하면서 검사 감도와 속도 향상 수요가 커지는 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검사 감도와 속도를 높인 차세대 제품 '이지스-II'를 개발하고 성능평가를 진행 중이다. 3D 낸드 등 3차원 수직적층형 반도체용 장파장(IR) 웨이퍼 패턴결함 검사장비인 '아이리스-I'(IRIS-I)에 이어 검사 감도와 검출력을 높인 차세대 장비인 '아이리스-II'도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 성공 시 3차원 반도체 웨이퍼 미세결함 검사장비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매출이 기대된다.

기존 2D 검사장비가 자외선을 이용해 웨이퍼 표면 검사를 하는 것과 달리, 3D 검사장비는 장파장을 사용해 입체 구조물의 바닥에서 대면적 검사를 하는 게 차이점이다. 현재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장비 성능평가를 진행 중으로, 상용화 될 경우, 세계 최초 3D 웨이퍼 결함 검사장비 타이틀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는 검사장비용 부품 국산화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광학검사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명조명계 장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암조명계 장비와 명조명계 장비는 각각 특장점이 달라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두 가지를 다 쓴다.

회사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포함되고, 작년 상반기 과기정통부 우수기업연구소에 지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술력에 힘입어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2018년 129억원, 2019년 9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코로나 한파에도 498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90억원, 영업이익률도 38%로 기록적이다. 박태훈 대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2% 수준에서 2025년 30%까지 높여 K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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