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 '내부출신' 신한·우리·농협 '외부인사' 중심 진두지휘

황두현 2021. 1.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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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한동환·신한 이성용·하나 한준성·우리 황원철·농협 이상래
디지털 경쟁에 내·외부 인사 곳곳에 배치
신한 디지털 본부장, KB로 이동하기도
(왼쪽부터) 5대 금융지주 디지털 담당 임원. 한동환 KB금융 부사장, 이성용 신한금융 부사장, 한준성 하나금융 부사장, 황원철 우리금융 전무, 이상래 농협금융 부행장.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통한 플랫폼 강화'를 올해 핵심전략으로 천명하면서 사업을 이끌 담당 임원에 관심이 쏠린다. 각 금융사는 인재 영입에 보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핵심 부서 곳곳에 외부 전문가를 배치하는 형국이다. 은행 간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5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사업 전략으로 일제히 디지털을 강조했다. 다만 담당 임원 배치와 사업 전략은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내부 출신에 디지털 혁신 총책을 맡기면서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전략을 뒷받침하도록 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외부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KB금융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디지털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추진한 디지털전환(DT)을 그룹 내 전 부문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카드 출신의 윤진수 부행장이 IT총괄(CITO)로 선임돼 허 행장을 서포트한다. 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이던 한동환 부사장은 그룹 디지털플랫폼총괄(CDPO)로 자리를 옮겼다. 한 부사장은 모바일 앱 KB스타뱅킹과 리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대화형 플랫폼 리브똑똑 출시를 주도하는 등 KB 내 디지털전문가다. 금융플랫폼 확대가 올해 사업 1순위인 만큼 신설된 플랫폼총괄직에 그가 적임자라는 평이다.

하나금융은 내부 인재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외부 인사가 관련 기술개발을 지휘한다. 2개로 나뉜 그룹 디지털부문에서 디지털총괄(CDIO)은 은행 미래금융그룹장을 지낸 한준성 부사장이, ICT총괄(CICTO)은 IT·정보보호본부장을 역임한 박근영 전무가 맡았다. 디지털금융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금융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2017년 삼성전자에서 영입한 김정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 겸 하나금융티아이 부사장이 디지털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금융과 디지털의 융합을 목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용평가, 머신러닝에 기반한 로보 어드바이저 등 개발을 주도하며 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은 외부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기존 관행을 벗어난 인사가 디지털 혁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디지털부문장 이성용 부사장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9년 신한에 합류한 인물이다. 연말 인사에서는 최근 은행에서 영입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김혜주 상무를 지주 빅데이터 부문장에 내정하기도 했다. 지주뿐만 아니라 은행 차원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별동대'를 출범했다. 지난해 은행장 직속으로 디지털혁신단을 출범해 외부 영입 인사 1호인 김철기 단장을 앉혔다.

우리금융은 내 외부 출신 인재를 적절히 배치해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승진한 황원철 전무는 은행과 지주와 은행 디지털추진단장(CDO)을 맡고 있다. 황 전무는 휴렛팩커드(HP)에서 글로벌 은행들의 금융·ICT 컨설팅을 수행하고, 국내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한 뒤 우리은행에 합류했다. 2019년 나온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이 그의 작품이다. 혁신을 현장에서 성과로 끌어내는 일은 신설된 영업·디지털그룹장 박완식 부행장이 맡는다.

농협금융은 전통적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맡은 디지털금융부문에 지난해 처음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는 지난해 7월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에 영입됐다. 준법감시인을 제외하면 외부 출신 부행장급 인사가 영입된 건 설립 이래 처음이다.

보수적이던 금융권 문턱이 외부 인사에게 열리면서 은행 간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신한금융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던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최근 KB금융 경영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내부 인재로만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외부 전문가 영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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