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수학이 인공지능의 기초다
피타고라스는 기원전 570년에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난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다. 그의 도움으로 중학교 2학년때 수학 수업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불리는 삼각함수의 기초 원리를 증명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여 년간 공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함수가 바로 sin(x), cos(x)로 표현되는 그 삼각함수였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자연과학 현상의 기초는 일정한 주기와 주파수를 갖는 진동(振動)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진동은 제자리에 있기도 하고 공기를 통해서 전파하기도 한다. 전자파(電子波)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현상은 주기와 주파수를 갖고 반복되는 삼각함수로 표현된다.
이렇게 현대 공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함수가 삼각함수이다. 삼각함수가 공학의 꽃이다. 그건 반도체 설계, 5G 안테나 설계, 자율자동차 설계 모두에 해당된다. 이렇게 피타고라스 수학은 수천년을 이어온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공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함수가 '벡터(Vector)'와 '행렬(Matrix)'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한편 현대 공학 문제는 얻고자 하는 함수의 미분 관계식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표현된 방정식을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이라고 부른다. 그 미분방정식을 풀면 보통 해답이 특정한 주기를 가진 삼각함수들의 합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실제 공학 문제에서 풀어야 하는 얽혀진 방정식이 수십개에서, 수백만개가 된다. 그래서 실제 공학 문제는 손으로 풀지 못하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푼다. 공학자는 과제를 수립하고 개념만 잘 갖고 있으면 된다. 실수 없이 빨리 많은 수학문제를 푸는 작업은 더 이상 인간이 컴퓨터를 따라가지 못한다.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제를 푸는 과정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공부는 부질이 없다. 이제는 컴퓨터가 문제를 풀고, 해석하고, 시각화하고, 또한 마지막에 설계를 최적화한다. 그래서 공학 전문가가 되려면 '수학 개념 실력'도 있고 동시에 '컴퓨터'를 잘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전문가는 여기에 더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컴퓨터 구조와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된다. 특히 적용하려는 응용 분야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다방면의 융합형 인재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융합할 수 있는 유연성과 협업을 위한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고 협력해 목표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와 발전과 도전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시대에 우리 사회가 필요한 융합형 미래 인재의 모습이다. 전공 책이나 문제집 속에 담긴 죽은 지식과 시험 경험은 무의미하다.
◆인공지능에서도 수학이 기초
인공지능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는 '벡터'로 표시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로 변환된 데이터는 2진수 숫자의 조합으로 표현되고 그 묶음을 벡터라고 부른다. 사람을 벡터로 표현한다면 데이터(이름, 생년월일, 국적, 키, 몸무게, 혈액형, 생지, 주거지, 학교 등)를 디지털 숫자로 표현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판단(Inference)이나 결정(Classification)을 한다는 의미는 수학적으로 입력 벡터를 출력 벡터로 변환한다는 의미다. 이 작업은 수학에서 행렬의 곱셈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사진을 보고 호랑이인가 고양이인가를 판독한다고 한다면, 사진이 입력 벡터이고 동물 이름이 출력 벡터가 된다. 이렇게 벡터를 벡터로 변환하는 수학적 도구가 바로 '행렬'이다.
행렬의 성질과 법칙을 배우는 과목이 바로 '선형대수(Linear Algebra)'다. 대학 때 공부한 수학 과목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과목이다. 인공지능의 학습과 판단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조 단위의 거대 행렬계산의 반복이다. 따라서행렬을 원리에 맞게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인공지능이 잘 동작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학습과정에서 빠른 학습을 위해 함수의 미분과 확률 수학이 사용된다. 학습용 데이터를 선택할 때 '통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공지능에는 '선형대수', '미적분학', '확률'과 '통계' 등의 수학과목들이 그 기초가 된다.
◆수학은 논리와 창조력의 도구
지금 우리가 대부분의 업무를 볼 때, 파워포인트, 엑셀이나 스마트폰 어플 도구를 사용한다. 미래에 전문직 직업을 가지려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정도는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 때 벡터와 행렬 개념 정도는 최소한 알아야 한다. 문과 학생, 이과 학생, 그리고 예술계 학생 모두에 해당한다.
아직은 인공지능의 설계에 인간의 지능과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수천년간 축적되어 온 인간 세계의 수학의 도움이 절실하다. 놀랍게도 여전히 수학은 인간에게 논리력, 상상력, 창조력과 동시에 통찰력을 주는 놀라운 도구다. 그래서 학생이 미래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학부 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수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붉게 물든 계룡산 가을 단풍을 바라보면서 하루 종일 수학책만 보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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