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92세 별세..한국 추상미술 거장 지다(종합)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한국 추상미술 거장 김창열 화백이 5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표면에 그려내며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은 한국 대표 화가이다. 또한 동양 철학과 정신이 담긴 천자문을 캔버스에 쓰고 그리는 등 회화의 본질을 독창적으로 찾아 작품에 담은 한국 추상미술 거장이다.

그는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16세에 월남했으며,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194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6·25전쟁 발발로 학업을 중단한다.

1957년에는 작가들과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한 뒤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앵포르멜 미술 운동을 이끌었다. 1961년에는 '제2회 파리비엔날레'에 참여했고, 1965년부터 4년간 미국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한다.

이후 또 다른 한국미술계 거장인 백남준의 도움을 받아 19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의 상징이기도 한 '물방울 회화'가 처음 등장한다.

고인은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물방울 회화를 선보인 이후 1976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열며 한국에서 처음 물방울 회화를 공개했으며, 현재까지 물방울 회화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선재현대미술관, 드라기낭미술관, 사마모토젠조미술관, 쥬드폼므미술관, 중국국가박물관, 부산시립미술관, 국립대만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회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은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리움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고인은 2013년에 대표작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김창열미술관이 2016년 제주시 한림읍에 개관해 운영 중이다.

또한 그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의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199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으며, 2013년에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후 2017년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마르틴 질롱과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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