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 학대' 땜질 대응으론 '정인이 죽음' 반복된다

한겨레 2021. 1.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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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이의 죽음'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엄벌 탄원서와 진정서가 5일 정오 기준으로 550건 이상 접수됐고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 운동,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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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비극’]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꽃, 인형 등이 놓여 있다. 양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친 ‘정인이의 죽음’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2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학대의 참상과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드러나면서 공분이 확산됐다.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엄벌 탄원서와 진정서가 5일 정오 기준으로 550건 이상 접수됐고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 운동,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정인이 사건’ 관련 법안을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양부모 학대의 극악함은 화면에 시선을 계속 두기가 고통스러울 만큼 충격적이었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경찰에 세 차례나 신고가 됐는데도 아이를 구출하지 못한 관련자들의 무책임과 시스템의 마비였다. 이는 비단 정인이 사건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보호자의 학대로 여행가방 속에서 숨진 천안 9살 어린이도 경찰에 신고가 됐지만, 형식적인 조사만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간 지 한달 만에 참변을 당했다.

아동 학대 사망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해질 때마다 정부는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을 내놨다. 2013년 울산 서현이 구타 사망 사건 때도, 2015년 인천 초등생 감금 학대 사건 때도, 2017년 고준희양 학대 치사 암매장 사건 때도 정부는 각종 방지책과 개선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땜질식으로 내놓은 대책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문서로만 남은 내용도 허다하다. 그 결과 아동 학대 사례 건수는 해마다 늘어 2019년 3만건을 넘겼고, 통계에 잡힌 학대 사망 어린이만 42명에 이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동 학대 가해자의 양형기준 상향 요청, 입양 절차 강화, 아동 학대 전담공무원 확대, 보호시설 확충, 경찰청 아동 학대 총괄부서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대책이 없어서 수많은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고 목숨을 잃은 게 아니라는 걸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 한 명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와 가족뿐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 모두가 직접적인 책임자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행동으로 옮겨져야만 한다. 그래야 더 이상 이런 참담한 비극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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