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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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역대 최저인 34.1%였다.
부정 평가는 61.7%. 문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60%를 넘은 여론조사는 처음이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했던 중도층, 보수층은 모두 등을 돌린 셈이다.
지난 12월 25일 청와대는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여" "인사권자로서 사과 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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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코로나 백신 확보, 구치소 감염 예방 등에서 대통령 지시가 먹히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셀프 고백이 나오는 마당이다. 지지율 반등이 없다면 가뜩이나 험난한 하산길이 더욱 위태로울 것이다. 지지도를 올릴 목적으로 특정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어도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하면 대응책을 마련할 수는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였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승리가 당연시되던 상황에서 의외로 낮은 비율이다. 투표율 77.2%를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 중 문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31.7%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에 근접하고 있다. 집권 초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했던 중도층, 보수층은 모두 등을 돌린 셈이다. 지지층만을 의식한 정파적 대통령, 당파의 수장으로 문 대통령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인사 문제 등 구체적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지만 반대자들까지 포용하겠다는 취임 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원인이다. 남북 문제가 잘나갈 때는 전면에 나서다가 코로나, 부동산 문제 등 정작 국민이 필요한 때는 보이지 않는 게 문 대통령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국정의 블랙홀이 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가장 최근 사례다. 지난 12월 25일 청와대는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여" "인사권자로서 사과 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권자를 넘어 국정 최고책임자다. 국정 운영의 혼란과 불편을 사전에 조정·통제해야 할 위치에 있다. '검찰개혁'으로 포장된 드잡이를 짐짓 외면하던 대통령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결과가 여론조사로 나타난 것이다.
소통 부재도 지지율 하락에 큰 몫을 했다. 지난 4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한 시간이었다. 기자회견은 이벤트성 연례행사로만 치러졌다. 국민은 청와대 회의 석상에서 참모들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의 지시를 전해 들었을 뿐이다. 코로나 백신 확보에 관해, 구치소 감염 관리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문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불통에 더한 최악의 메시지 관리다.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조차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는 국정 상황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책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당파의 대표, 진보 진영 수장으로는 모든 국민을 아우를 수 없다.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접 국민을 대면하고 설명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또한 국민은 보고 싶어한다. 국정 운영은 때로 잘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신뢰하고 국정 운영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는 대통령의 구호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게 대통령(책임)제를 명시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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