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에 두번 싸여 곧바로 화장..경험 못한 1000번의 '코로나 이별'
[경향신문]
“무슨 좋은 일이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한 유가족은 경향신문 취재 요청에 이렇게 말했다. 한 줌 재로 변한 뒤에야 가족을 다시 만난 그는 부고도 없이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넘겼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사망자가 26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수는 1007명이라고 5일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1000번의 이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을 함께하지도, 얼굴을 쓰다듬지도, 손 한번 잡아볼 수 없는 상황은 유족에게 고통으로 남는다.
이날 수도권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한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은 2명이 전부였다. 사망자 외에도 가족 3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어 화장된 유골은 아들 혼자서 인계받았다. 발인 후 유골을 안치할 곳도 찾지 못해 시립납골당에 임시 안치한 뒤 나중에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5건을 도와준 김신 가족상조 본부장은 “가족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매우 힘들어한다”면서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코로나 사망자라고 하면 장례를 거부하기도 하고 부고도 제대로 못해 큰 고통을 받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 지침’에 따라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병실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감염 예방을 위해 시신을 비닐 가방으로 밀봉한 뒤 다시 시신 가방에 넣는다. 밀봉된 시신은 수의 등으로 갈아입히는 절차 없이 관에 안치한 후 뚜껑을 덮고 화장장으로 향하게 된다. 유족이 원할 경우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사망자 상태를 직접 볼 수 있지만, 유족이 도착하면 이미 밀봉이 끝난 상태로 입관만 진행된다.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은 일반 시신의 화장이 끝난 이후에야 진행된다. 지난달 코로나19 사망자 44명의 시신을 화장한 경기 성남영생관리사업소는 일반 화장이 끝나는 오후 2시 이후부터 화장을 하고 있다.
유가족은 화장된 유골을 넘겨받은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코로나 사망자의 장례에 정부는 최대 1300만원을 지원한다. 300만원 범위 안에서 ‘전파방지 비용’ 명목으로 운구와 화장 비용 등을 지원하고 1000만원의 장례비를 지급한다.
김 본부장은 “인천의 화장장은 방호복을 입은 유가족 2명의 운구를 허용하지만 서울 화장장은 유가족 운구가 안 된다”면서 “정부가 장례 지침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하고, 충격을 받은 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최인진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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