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반에 퇴근하다 돌연사..중 인터넷 기업 노동강도 도마에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2021. 1.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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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둬둬 신선식품 플랫폼
초과노동·주말 출근 일반화

[경향신문]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핀둬둬의 20대 직원이 새벽 퇴근길에 돌연 사망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화된 중국 인터넷 기업의 살인적인 노동강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5일 차이신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핀둬둬 산하의 신선식품 판매 플랫폼 둬둬마이차이에서 근무하던 여성 장(張)모씨(22)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시30분쯤 퇴근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6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씨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혼 계획 중이었다고 밝혔다. 장씨의 죽음은 지인들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핀둬둬는 논란이 커진 후인 4일 오후에서야 장씨가 2019년부터 자사에 근무해왔으며 유족의 뜻에 따라 지난 3일 화장됐다고 밝혔다. 핀둬둬는 이미 유족들과 보상 협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매체의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장씨의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해당 플랫폼의 살인적 업무 강도는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비슷한 플랫폼들이 증가하면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둬둬마이차이는 오전 11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 주말 초과 근무가 일반화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그러니 이직률도 높다. 고인도 지난해 10월 SNS에 살인적인 근무 강도를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장씨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인터넷 기업의 과도한 업무 강도와 노동 환경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노동강도를 뜻하는 ‘996’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0시부터 익일 0시까지 매주 7일 근무하는, 휴식 제로 상태 ‘007’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노동자 대부분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

2015년 창립한 핀둬둬는 2018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장씨가 사망한 지난달 29일 시가 총액이 처음으로 2000억달러(약 217조원)를 넘어섰다. 창업자 황정의 자산 가치도 586억달러(약 63조원)를 넘어 중국 부호 3위에 올랐다. 장씨의 죽음은 직원들의 초과 근무로 회사의 이윤은 극대화하고 있지만 성장의 단 열매는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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