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하성규 "의대-이공계 융합연구·기술사업화 주력..대학이 성장 엔진 돼야"
교육·연구에 산단·기술지주·창업까지
학교서 숙식 해결하며 1인 5역 도맡아
임상 데이터에 AI 결합땐 가치 무궁무진
미국에서 인공척추회사 성공 경험 바탕
바이오·에너지 등 교수 창업 적극 권유
로열티 발판으로 재정 확대에도 도움
예순 넘어도 가능하다는 것 보여줄 것
그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 111호실에서 지난해 3월부터 야전침대와 부엌까지 갖춰놓고 숙식을 해결한다. 주말에만 경기도 광명의 집에 가는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도저히 출퇴근할 시간이 없다. 가급적이면 냄새가 나지 않게 저녁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한두 달씩 해외 출장을 다녀 혼자 해먹는 데 익숙하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 오후 5시까지 산단과 기술지주 일을 처리하다 저녁을 직접 지어먹는 경우가 많다. 이어 연구개발(R&D)을 의뢰한 유럽 등의 기업과 화상 채팅을 하거나 대학 올림픽체육관 반지하 창고를 개조한 실험실을 챙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새벽 3시가 되기 일쑤다. 토요일에는 화상으로 대학원생 수업을 한다. 교육·연구·산단·기술지주·창업까지 1인 5역을 하는 셈이다. 그는 ‘집에서 불평하지 않느냐’고 묻자 “덕분에 아내도 교사자격증을 살려 초중고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도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허허 웃었다.
산단에서 과거에는 좀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대학 R&D 생태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열매를 맺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저희 산단은 대학 1호 산단으로 인력이 110여 명인데 교수들의 훌륭한 연구 성과로 특허를 내도록 해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과 창업을 유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산단에서 교수들의 연구비와 장비 관리, 교원 창업 심사 등 기본 업무는 물론 기초·응용·개발 연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끔 특허 등록부터 창업 지원, 투자 유치 지원까지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했다. 이 중 교원 창업의 경우 대학 산단에서 특허권을 사오거나 실시권을 가져와 로열티를 내야 해 대학의 특허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 교수는 “일부 교수들은 ‘여전히 연구 과정에서 행정 부담이 작지 않고 산단이 특허 출원을 돕거나 산학 협력을 이어주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한다”며 “정보기술(IT)로 연구 행정을 디지털화해 효율화함으로써 산단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하 교수는 정부가 구상하는 여러 R&D 전략을 미리 파악해 교수들에게 제시하고 팀을 짜 제안서를 쓰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한 회사에 10여 명의 공대 교수들과 함께 방문해 기술제휴를 꾀하는 등 현장 파악에도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그는 “20여 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바이오X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을 보고 의대와 이공대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연구되던 것이 요즘 의료 기기로 나오는 것을 보면 감동적”이라며 “범부처 의료 기기 개발 사업에 대응해 의대와 공대 등에서 관심 있는 교수 120여 명으로 공동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 손을 내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00년 스탠퍼드대 의대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현지 신경외과 교수와 의기투합해 2002년 공동 창업한 뒤 2018년 이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며 ‘엑시트’한 경험이 있다. 그는 “목 디스크 때문에 척추가 무척 아파 공대 교수로서 근본 원리를 알고 싶어 신경외과로 안식년을 갔다”며 “내친김에 그쪽 교수와 함께 인공 척추를 개발해 특허도 내고 창업했는데 그게 바로 인공 척추 1류 기업인 스파이널키네틱스”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그는 창업 2년 뒤 한양대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 부담이 커 스파이널키네틱스에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면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엑시트 때 실상 큰돈을 벌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회사는 팔렸지만 제가 연구했던 기술이 환자를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스파이널키네틱스가 중도에 타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승소하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특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특허를 나중에 냈어도 연구 노트를 누가 먼저 작성했느냐를 따지더라”며 “평소 자잘한 것이라도 연구 노트에 잘 기록해둬야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나중에는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가 한양대 산단장과 기술지주 대표를 맡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창업 전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연구 주제 중 하나가 수소 탱크인데 나이 60을 넘겨서도 실험실 제조업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조업 창업이 가장 힘든데 다른 교수들에게 자극을 줘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교수가 무슨 창업이냐’는 문화가 남아 있는데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돼 대학 재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방식대로 상아탑에만 안주하면 되겠느냐”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10개월가량 산단과 기술지주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전략을 짠 경험을 토대로 큰 틀에서 산학 협력과 교원 창업을 독려하면서 직접 창업 롤모델이 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he is.. △1960년 충남 대전 △1983년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 1985년 석사, 1988년 박사, 1989~1991년 항공기계과 박사후과정 △1991년~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인공 척추 기업 공동 창업 △2014~2015년 브라질 정부 특별 초빙교수 △2011~2014년 프랑스 보르도대 초빙교수 △2016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이사 △2018년~ 한양대 복합재료혁신연구센터장 △2020년~ 한양대 산학협력단 단장 겸 기술지주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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