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파워인물] 조주연 도원환경기술 대표 "악취와의 전쟁, 해법 찾았다"

한덕동 2021. 1.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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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기화 공법 등 신기술로 유해가스 99%제거
에어커튼 적용해 축산분뇨 악취까지 말끔 처리
차별화· 고도화된 새기술로 세계 시장 도전
조주연 도원환경기술 대표가 4일 충북보건과학대 창업보육센터 내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악취를 원천 차단하는 특허기술인 강제기화 공법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덕동 기자

“악취와의 전쟁, 이제 끝내드리겠습니다”

새해 각오를 묻는 질문에 조주연(31) 도원환경기술 대표가 꺼낸 말머리다. 간단명료한 응답에는 젊은 창업가의 패기가 엿보였다. 도원환경기술은 악취제거 전문 업체다. 각종 악취와 유해가스 제거, 악취 분석ㆍ측정을 주업으로 한다. 회사는 청년 창업기업으로 2018년 3월 충북보건과학대 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설립한 지 만 3년도 안됐지만, 이 업체는 어느덧 환경업계의 총아로 부상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 덕분이다. 도원환경기술이 특허 낸 신기술의 핵심은 강제기화 공법이다. 이는 악취가 나는 공간을 자체 개발한 악취제거제를 기체로 분사해 강제 중화시키는 기법이다. 기화된 제거제와 악취를 내는 기체가 중화하는 과정에서 악취는 말끔히 사라진다. 친환경 제거제를 쓰기 때문에 악취는 거의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악성 물질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이 신기술은 조 대표의 아버지인 조남호(61)연구소장이 개발했다. 젊은 시절 화장품 회사의 폐수처리장 근무 경력이 있던 남호씨는 1990년대부터 악취제거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론이 부족했던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생활 악취와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 각종 발암물질 등 모든 악취를 하나 하나 냄새를 맡아가며 실험에 탐닉했다. 정확히 냄새를 기억해야 악취제거 해법도 명확하게 얻을 수 있다는 고집에서였다. “위험하다”며 주위에서 방독면을 권했으나 그는 자신만의 ‘후각 실험’을 이어갔다.

친환경 원료를 고수한 그는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수백 가지의 혼합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10여년 간 악취제거제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제거제 시약이 담긴 재떨이를 엎었다가 치우는 과정에서 악취 제거물질의 비밀을 알아냈다.

“발전소의 아황산가스 제거법을 찾기 위해 매일 소량의 혼합물을 만들어 실험하고 버리던 때였어요. 담배꽁초가 가득한 재떨이에 쓰고 남은 실험 시약을 버렸다가 실수로 재떨이를 연구실 바닥에 엎었는데, 고약한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거예요. 순간 이거다 싶었죠. 재떨이에 부었던 시약의 성분과 혼합 순서를 역추적해 악취를 차단한 물질을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악취제거제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악취 주범인 암모니아, 황화수소, 트리메틸아민 성분을 살포 후 30분내 99%이상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토리, 보리, 감초 등 천연물 추출 성분으로 구성돼 인체위해성 시험에서도 무해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도원환경기술 조주연(오른쪽)대표와 조남호 연구소장.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자 동업자다. 회사 경영은 주연씨가 주로 맡고, 악취제거 신기술 연구개발은 주연씨와 남호씨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덕동 기자

하지만 개발 이후가 문제였다.

20년 가까이 연구에 매달리는 사이 남호씨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다. 오랫동안 유해가스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이었다. 기침이 잦아지고 폐 상태는 엉망이 돼버렸다.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그는 군대에 있던 아들에게 ‘SOS’를 쳤다.

주연씨는 고심했다고 한다. 당시 ROTC장교로 복무 중이었던 그는 군 장성을 꿈꾸던 터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열정과 집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은 결국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로 했다. 그는 “제대 후 아버지가 개발한 악취제거제 효능을 직접 확인해보니 환경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조 대표가 청년 창업으로 회사 기틀을 세운 이후 도원환경기술은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지역의 오랜 민원인 축산분뇨 악취를 단번에 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주의 축사 밀집지역인 청원구 북이면의 한 돼지 농가(1,800마리 사육)에 강제기화 공법과 에어커튼 공법을 적용해 가축분뇨 악취를 완벽하게 잡아낸 것이다. 에어커튼은 축사에서 악취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장치로 도원환경기술의 또 다른 특허다.

악취제거 효과를 확인한 청주시는 도원의 축사 악취제거 설비를 지역 축산농가에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에어커튼 공법으로 축산 악취를 원천 차단한 축사 내부. 도원환경기술의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 충북보건과학대 제공

조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악취 차단을 위해 상용중인 미생물 공법, 활성탄 공법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한 신기술로 소문나면서 관련 업계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는 올해부터 사업 영역을 한층 넓혀갈 참이다. 생활 주변의 고약한 냄새를 잡는 가정용이나 애견가게의 동물 비린내 등을 없애는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유해가스 차단 연구도 더 파고드는 중이다.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등 산업 현장의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쓰레기처리장, 폐기물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를 원천 차단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가 해결하고자 하는 악취 문제는 단순히 코로 맡는 불쾌한 냄새만이 아니라고 한다. 악취는 후각만이 아닌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감각으로 다가오는 악취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기술을 더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악취 민원을 해결해 국민의 환경권을 지키기 데 일조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세상의 모든 악취가 사라지는 날까지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며 “차별화된 기술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펼쳤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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