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성인 뇌가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 밝혀

이종화 2021. 1. 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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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 제거해 기억 유지
뇌 질환 치료 등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원석 KAIST 교수(왼쪽 두번째). [사진 제공 = KAIST]
국내 연구진이 성인의 뇌가 기억력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뇌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뇌 항상성 유지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인 해마에서 학습 및 기억 형성 중에 기존의 시냅스가 사라지고 새로운 시냅스가 생기는 '시냅스 재구성'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해마는 뇌의 부위 중 하나로 학습, 기억 및 새로운 것의 인식 등 역할을 수행하며, 시냅스는 뉴런(신경세포)이 모여있는 곳으로 뉴런간 혹은 다른 세포 사이의 접합 부위를 지칭한다.

공동연구팀은 중추 신경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교세포 중 가장 숫자가 많은 '별아교세포'가 뇌 발달 시기에 시냅스를 먹어서 없앤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체 뇌에서도 별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끊임없이 제거하고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 현상이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해마 내 흥분성 시냅스의 회로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전에는 신경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현상을 전자 현미경 또는 시냅스 염색법을 사용해 확인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신경교세포에 의해 먹힌 시냅스가 세포 내 산성 소화기관에서 급속히 분해되기 때문에 잔여 시냅스를 표시하고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시냅스에 산성화 감지가 가능한 형광단백질 조합을 발현시키는 바이러스 기반 시냅스 포식 리포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의 방법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인 별아교세포가 성인 해마에서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제거하며 특히 흥분성 시냅스를 더 많이 제거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연구팀은 뇌의 면역세포라 불리는 미세아교세포보다 별아교세포가 주도적으로 정상 해마의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고 있음을 확인하여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일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었다. 미세아교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했을 때는 시냅스의 수가 변하지 않았지만, 해마의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먹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을 때는 비정상적인 시냅스가 과도하게 급증가하고 정상적인 해마 신경 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다.

또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해마 내 시냅스 연결 가소성과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김을 발견했다. 이는 불필요한 시냅스들을 별아교세포가 제거하지 않는다면 뇌의 정상적인 학습과 기억 능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별아교세포에 의한 성인 뇌의 흥분성 시냅스 재구성이 정상적 신경 회로망 유지 및 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기전이라 제시했다. 이 메커니즘은 향후 뇌 기능 및 관련 신경 회로의 항상성 유지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뇌인지과학 연구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인정받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달 23일 공개됐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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